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사상가 다석(多夕) 류영모(1890~1981)의 마지막 큰 제자로 평가받는 박영호 선생이 지난 11일 오후 7시 39분 별세했다. 향년 91세.
박 선생은 평생 다석의 동서양 종교 회통 사상과 인간의 참된 정신적 자아를 뜻하는 ‘얼나’ 철학을 계승하고 실천해 온 구도자다. 함석헌, 류달영, 김흥호 등 다석 문하의 걸출한 인물들 가운데서도 스승의 가르침을 삶의 전부로 삼고 농사와 공부, 저술을 통해 그 정신을 오롯이 지켜온 정통 제자로 평가된다.
고인은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를 비롯한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문화일보에 다석 사상을 325회 연재하는 등 한국의 독창적인 종교철학을 후대에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아주경제도 수년에 걸친 다석 사상 연재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고인의 사상과 생애를 조명한 바 있다.
고인의 별세는 다석 사상의 관점에서 육신의 삶을 마치고 인간의 본향인 하늘로 돌아가는 ‘귀천(歸天)’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유족 대표인 아들 박은홍 성공회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아버님은 부고도 알리지 말고 빈소도 차리지 말며 묘역도 남기지 않고 유골을 뿌리라고 하셨지만, 수원 연화장 내 공원묘역에 작은 이름표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발인은 13일 수원 동수원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이후 인근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같은 날 오후 연화장 내 공원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별도로 빈소를 차리지 않고 부의금도 받지 않는다.
평생 세상의 명예보다 진리를 추구했던 구도자는 마지막 길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낮추었다. 다석이 진리의 길을 열었다면 박영호는 그 길을 평생 걸어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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