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K-항공] 저성장·고비용 뉴노멀...'천수답 경영' 한계 직면

  • 10년간 이어진 여객 수요 증가세 사실상 고점

  • 운임·탑승률 놓고 수요 확보 경쟁 갈수록 치열

  • 노선별 수익성 확대 집중해야…비용 구조 개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다 고금리 부담까지 이어지면서 비용을 통제하기는 어려워진 반면 여객 증가세에 기대 외형을 키우는 전략은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수요가 늘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항공 여객 수는 1억2479만3082명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직전 기록인 1억2336만6608명(2019년)을 넘어선 규모다. 올해도 9월까지 9860만명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항공업계 외형 확대가 뚜렷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급격한 회복세가 마무리되면서 성장 여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여객 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3.9%로 2024년(19.4%)보다 크게 낮아졌다. 여객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것이다.

특히 항공사 손익을 좌우하는 유가와 환율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대표적인 외부 변수다. 최근 들어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이 비용을 예측하고 관리하기도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운항 원가를 높이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항공유 등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에 대한 원화 환산 부담을 키운다. 고금리 환경까지 겹치면 항공기 도입과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금융비용도 늘어난다.

수요 측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전제로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이어진 해외여행 수요의 구조적 증가세는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객 수가 늘더라도 증가율이 낮아지면 신규 노선과 항공기 투입만으로 매출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노선에서는 이미 항공사 간 저가 운임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항공사들이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할인 운임을 확대하면 여객 수와 매출이 늘어도 실제로 남는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가격 경쟁력이 주요 판매 수단인 만큼 운임 인하 경쟁이 장기화할수록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렵다. 노선 확대와 공급 증가가 수요를 웃돌면 항공권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업계에 던져진 과제는 여객 수 증가에 의존하던 외형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노선별 수익성을 높이는 데 있다. 탑승률이 높더라도 할인 운임 비중이 크면 기대만큼 이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노선별 수요와 운임 수준, 운항 비용을 종합적으로 따져 항공기 투입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력 배치와 지상조업 비용을 최적화하는 등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노선과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요 증가율이 둔화하면 공급 확대가 운임 인하 경쟁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되레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성장률이 낮아지면 노선별 수익성과 비용 구조가 실적을 좌우하게 된다"며 "외형 확대 자체보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항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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