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날 국감에는 대한약사회장, 비대면 진료 플랫폼 대표, 대형 보험사 임원,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 등 다수의 증인과 참고인이 직접 출석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부의 대처를 질타했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이틀째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출석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증인 및 참고인 신문을 통해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와 관리 부실 문제를 파헤쳤다.
'비대면 약 배송' 전면 허용 논란…"국민 생명 위협" vs "합리적 논의 필요"
이날 국감의 뜨거운 감자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 배송 전면 허용' 여부였다. 복지부가 최근 비대면 진료 약 배송 확대를 시사한 데 대해 약업계와 플랫폼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의약품은 공산품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므로 대면 복약지도가 필수적"이라며 "팬데믹 당시 임시로 허용됐던 약 배송에 대해 어떠한 사후 평가나 데이터 축적도 없는 상태에서, 법 시행(12월 24일)도 전에 전면 확대를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의 정진웅 대표는 "비대면 진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이 정작 약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제고와 동네 약국과의 상생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맞섰다.
이만희 복지위원장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계, 약계 등과 15년간 어렵게 이룬 합의를 정부가 하루아침에 뒤집어 신뢰를 깨뜨려선 안 된다"며 섣부른 전면 확대를 경계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전면 확대가 아니라 협의체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다.
환자 죽었는데 '진정성 있는 치과' 광고…"의료사고 깜깜이 은폐 분통"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알 권리'가 철저히 묵살되고 있는 현행 제도의 맹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환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병원 측이 이를 은폐하고 버젓이 홍보 영상을 올린 행태를 질타했다.이 의원은 손동국 해당 치과 대표원장을 향해 "사망사고 직후 대표원장이 명품 가방을 들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진정성 있는 치과'라는 홍보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 말이 되느냐"며 "최근 3년간 119 출동만 22회에 달하는데도 환자들은 이런 위험 신호를 전혀 모른 채 '공장형 진료'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유가족 이진영 씨는 "우리 가족은 병원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화려한 광고만 믿고 갔다가 참담한 비극을 맞았다"며 "환자가 생명과 직결된 안전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알 권리 보장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장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중대 사고 의무 보고 등 환자 알 권리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형 보험사 '진료 새치기' 마케팅 철퇴…통합돌봄 파행·사법 공백 우려도
DB손해보험, 신한라이프 등 대형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빙자해 '대형병원 당일 진료 예약' 등 이른바 '진료 새치기' 마케팅을 펼친 데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자의 공평한 진료권을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과장 광고"라고 지적했고, 출석한 보험사 임원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를 전면 삭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장관은 "금융감독원 등과 협력해 불법적인 유인·알선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과 실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의 난맥상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보영 영남대 교수는 참고인 진술을 통해 "복지부 내부의 칸막이 행정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심의 분절적 조사 체계 탓에, 정작 주민 돌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는 겉돌고 있다"며 "통합돌봄이 오히려 제도를 더 파편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지자체 중심의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며 2단계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개선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사법 안전망 공백 문제를 제기하며 복지부의 범정부적 대응을 촉구했고,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연령 및 신장 기준 탓에 장애 등록이 거부되는 뚜렛증후군과 왜소증 환자들의 사연을 전하며 장애 인정 기준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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