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부실 상장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했지만 시행 석 달 만에 법원의 제동이 걸리면서 후속 절차가 꼬이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의 상장폐지 절차를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는데요. 다만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돼 거래가 정지된 8개사는 기존 조치가 유지됩니다. 주주들의 주식 매도 길은 막힌 상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거래소, 상폐 절차 당분간 '유예'…정당성 소명 예정
8일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날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에 대한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거래소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관련 소송 과정에서 제도의 정당성을 소명할 방침입니다.
이번 법원 결정은 시가총액 기준 자체가 부당하다는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시총 기준 자체에 대해서는 목적이 부당하거나 수단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고, 기준금액 역시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거래소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상장사의 이의신청 등 절차적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됐는지와 당초 계획보다 기준 적용 시기를 앞당긴 부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진행 중인 부실기업 신속 퇴출 정책은 시행 전부터 업계의 반발을 받아왔습니다. 금융당국은 당초 내년 1월부터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었지만 업계 반발 등을 고려해 지난 9월, 시행 시기를 내년 7월로 6개월 늦춘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코스닥 퇴출 기업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는 코넥스 이전상장 기회를 주는 등의 보완책도 내놨습니다.
8개사 거래정지 유지…3곳은 정리매매 도중 거래 멈춰
그러나 시행 시기를 한 차례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법원이 상장폐지 과정의 절차와 적용 시기에 제동을 걸면서 제도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가총액 미달과 동전주 요건 등으로 상장폐지 문턱에 걸린 기업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법적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의 주주들입니다. 거래소는 이전에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돼 거래가 정지된 8개사에 대해서는 기존 거래정지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코스피에선 주연테크와 SHD, 코스닥에선 신라에스지·골드앤에스·케이엠제약·핀텔·세진티에스·에이에프더블류입니다.
이 가운데 신라에스지·골드앤에스·케이엠제약·핀텔·주연테크 등 5개사는 정리매매에 들어가기 전부터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세진티에스·에이에프더블류·SHD 등 3개사는 정리매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특히 정리매매 도중 거래가 멈추면서 기존 주주들은 물론 정리매매 기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도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끗 차이로 달라진 주주 운명…커지는 보호 공백
더 큰 문제는 거래 재개 시점이나 조건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속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같은 시가총액 기준을 적용받는 기업이라도 어느 단계에 있었느냐에 따라 주주들의 처지가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관리종목 지정 단계에 머문 기업은 후속 상장폐지 절차가 유예되면서 거래가 계속되지만 이미 상장폐지 결정까지 내려진 기업은 거래가 정지된 채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법적 변수로 인해 주주 보호의 공백이 나타난 셈입니다.
거래소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통해 제도의 정당성과 절차적 적정성을 소명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향후 보완책과 함께 이미 거래가 정지된 8개사의 거래 재개 시점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남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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