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6] "영화보다 삶 보길 바랐지만"…부산 찾은 쿠아론 父子의 시네마 찬가

알폰소·호나스 쿠아론 감독 반가워요 사진연합뉴스
알폰소·호나스 쿠아론 감독 '반가워요' [사진=연합뉴스]
(=부산) 세계적인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그의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핏줄을 넘어, 서로의 영화 세계에 가장 묵직한 영감을 주고받는 두 창작자의 끈끈한 연대와 영화적 철학이 부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래비티'(2013), '로마'(2018)로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알폰소 쿠아론은 올해 '특별상영' 부문으로, '디시에르토'(2015) 등을 연출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 중인 호나스 쿠아론은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신작 '가바초 챔피언'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방문에 대한 벅찬 소회로 말문을 연 두 감독은 한국 영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알폰소 감독은 "부산을 정말 좋아하는데 초청받아 기쁘고, 관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호나스 감독은 자신을 "한국 영화의 엄청난 팬"이라 칭하며 구체적인 관람 리스트를 읊었다. 그는 "'괴물'부터 '기생충', 최근작인 '호프'와 '어쩔수가없다'까지 모두 챙겨봤다"며 "한국 영화를 존경하는 이유는 확고한 주제 의식을 가지면서도 관객과의 연결성, 장르 속 특유의 유머를 절대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내 둘째 아들 역시 한국 영화 팬인데, 이번에 부산에 오기 위해 KTX를 타면서 영화 '부산행'이 떠올라 함께 흥분했다"는 유쾌한 일화를 덧붙이기도 했다.
질문 듣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질문 듣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어린 시절부터 세트장에서 자라며 거장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영화를 배운 호나스 감독에게 알폰소 감독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양분이었다. 호나스 감독은 "내 삶엔 언제나 영화가 있었다. 아버지가 영화를 너무 열정적으로 사랑하셨기에 나 역시 클래식,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자랐다"며 "아버지는 내 영화적 원칙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깊은 존경을 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알폰소 감독이 아들의 영화 입문을 반대했었다는 사실이다. 알폰소 감독은 "어릴 때부터 함께 영화관에 가고 많은 것을 가르쳤지만, 정작 영화와 관련된 학업은 하지 말라고 만류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들이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을 갖길 바랐다. 영화를 맹목적으로 많이 보면 삶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 자체를 삶의 레퍼런스로 삼게 된다"며 "무엇보다 감독의 길을 걸으며 겪게 될 실패와 좌절, 꿈이 짓밟히는 고통을 아버지가 아닌 다른 길에서 피하길 바랐다"고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이내 그는 "하지만 이쪽에 발을 들인 이상 다 끝났다"고 너스레를 떨어 장내에 웃음을 안겼다.

서로의 길을 인정한 이후, 두 사람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완벽한 파트너로 활약 중이다. 특히 아들 호나스가 공동 각본을 쓰고 아버지 알폰소가 연출한 '그래비티'는 이들의 빛나는 시너지를 증명한 대표작이다.

협업 과정에 대해 호나스 감독은 "'그래비티' 역시 길거리에서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어지며 시작됐다.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협업이었고 배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알폰소 감독 역시 "협업할 때는 부자지간을 차치하고 철저히 연출자와 작가로 임한다. 점심시간에만 아버지와 아들로 돌아간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아들을 향한 깊은 신뢰를 내비쳤다.

알폰소 감독은 "이제 아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객을 중시하며 주제를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며 "아들이 쓴 '그래비티' 각본을 보고 나 역시 큰 자극을 받았고, 내 영화 언어를 구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호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호나스·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호나스·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번 영화제에서 호나스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 '가바초 챔피언' 역시 알폰소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힘을 실었다. 호나스 감독은 "기존 이민자 이야기와 달리 고난과 폭력 너머에 있는 그들의 열망, 꿈, 사랑 등 시적인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알폰소 감독은 "비극 안에서 즐거움과 커뮤니티 구축의 열망을 포착해 낸 점이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힘을 보탰다.

전 세계 관객과 소통할 차기작에 대한 귀띔도 잊지 않았다. 호나스 감독이 "현재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조심스레 말하자, 알폰소 감독은 "호나스가 천천히 호러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무척 흥미롭다"고 깜짝 예고해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및 부산 일대에서 다채로운 작품들로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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