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들, 국가배상 소송 민사 재심 청구…"중대한 인권 침해"

  • 민변 긴급조치변호단 "양승태 사법부, 구제 기회 박탈"

  • 지난달 8일부터 특별법 시행…"法, 제정 취지 반영해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 과거사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및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 과거사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및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비판하다 긴급조치 발령으로 부당하게 복역한 백기완 선생의 유족이 위자료 청구 소송 기각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긴급조치변호단은 7일 백기완 선생 유족을 포함한 긴급조치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리해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민사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단은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는 사법적 판단에도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구제는 오랫동안 가로막혀 왔다"며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과 적용·집행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대법원장이 구성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이 판결들이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 사례로 소개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 폭력으로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이 사법부에 의해서도 구제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재심 청구가 국가 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미뤄진 피해 회복을 실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또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국민에게 중대한 인권 침해를 가한 긴급조치의 역사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구제를 가로막은 사법 농단이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재심 청구는 지난달 8일부터 시행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이 특별법은 긴급조치 발령으로 손해를 봤지만, 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 재심의 특례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앞서 백기완 선생은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유신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개헌 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이 운동이 확산하자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4년 1월 8일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과 개헌 요구를 금지하는 긴급조치 1호를 발령했다. 

백기완 선생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월 15일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약 1년 1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백기완 선생은 2013년 8월 29일 형사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그해 9월 17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국가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년 8월 30일 종전 판례를 변경해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이듬해 1월 12일 긴급조치 1호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판례 변경 전 이미 패소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는 변경된 판례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

변호단은 특별법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의 수단으로 이용된 판결로 구제의 기회를 박탈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률이자 국가 폭력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민사 재심 특별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법원은 특별법의 제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오랜 고통을 살피고,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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