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6] 고레에다 히로카즈, 필름으로 새긴 청춘 '룩백'…부산 관객 홀린다

룩백으로 영화제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진연합뉴스
'룩백'으로 영화제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진=연합뉴스]
(=부산) 부산국제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체인소맨'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명작이 만나 벅찬 시너지를 빚어냈다. 창작자의 '업(業)'에 대한 묵직한 고찰을 35mm 필름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녹여낸 신작 '룩백'이 부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룩백'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연 배우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 나나세 후리, 오카다 로카가 참석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 섹션이다. 이번 초청작 '룩백'은 잊지 못할 사계절을 함께 그리며 서로의 세상이 되어준 두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필름 카메라로 그려낸 작품으로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들은 7일 야외무대상영 후 관객과의 만남(GV)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부국제는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초청받아 찾아왔던 곳이다. 제게 각별한 애착이 있는 도시이자 영화제에 작품을 가지고 배우들과 다시 올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어제 화려한 개막식에서 제 이름을 넣어 노래까지 만들어주셔서 무척 감동했다"고 환대에 감사함을 표했다.

배우들도 영화제의 열기에 벅찬 소회를 전했다. '후지노' 역의 데구치 나츠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 같이 부산에 올 수 있어 기쁘다"고 인사했고, '쿄모토' 역의 마키타 아쥬는 "처음 부산을 찾았는데, 어제 가까이서 축제를 보며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두 인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나나세 후리와 오카다 로카 역시 "레드카펫 분위기가 달라 긴장도 했지만 많은 분이 손을 흔들어주셔서 고마웠다. 이 멤버로 참석하게 되어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룩백으로 영화제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진연합뉴스
'룩백'으로 영화제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진=연합뉴스]

고레에다 감독은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룩백'을 우연히 서점에서 만났고 원작이 주는 충격에 실사화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화를 집에서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쓰고 창작을 하는가', 제게 대입한다면 '나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며 "창작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업'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고, 만화 원작을 통해 이를 마주 보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작품은 네 명의 소녀가 공유하는 시간과 동네에 흐르는 사계절, 빛의 변화를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감독은 "네 명의 배우가 제 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세세한 연출보다는 현장의 평화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그 동네에서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지내길 바랐고, 배우들이 이를 훌륭히 표현해 줬다"고 칭찬했다.

배우들은 세밀한 내면 연기로 이에 화답했다. 데구치 나츠키는 감정의 진폭을 뒷모습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그는 "등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마지막 장면을 앞두고 감독님이 '등으로 쿄모토를 느껴달라'고 주문하셨다"며 "아키타에서 내내 쿄모토 역의 아쥬와 함께 촬영하다 갑자기 혼자가 되니 무척 쓸쓸하고 외로웠다. 함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그 허망한 감정을 느끼며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사계절의 풍광을 35mm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것은 감독의 확고한 고집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사계절을 35mm 필름으로 찍겠다고 제안했다"며 "필름은 후반 작업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차단되어 연기자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여기서만 벌어지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 긴장감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작품에 담기고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한 룩백 주역들 사진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한 '룩백' 주역들 [사진=연합뉴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말미 애니메이션이 삽입 되는 독특한 연출 기법에 관한 비하인드에 관해서도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후지노의 '내 만화가 애니화되는 게 꿈'이라는 한마디로 두 사람이 엇갈리게 되지만, 미래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계기를 남겨두고 싶었다"며 "단절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두 사람의 꿈을 다시 보게 하는 장치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영역을 택했다. 쿄모토가 그렸던 배경 속에 두 사람이 이루지 못한 꿈이 움직이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전역에서 진행되는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을 포함해 59개국 총 316편의 다채로운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상영됐으며, 폐막작으로는 부산 어워드 수상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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