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기업 여윳돈 67조↑ '역대 최대'…가계는 예금 빼 주식으로

  • 한은, 2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 발표

  • 예금 39조 줄고 증권사 예치금 20.2조↑

  • GDP 대비 가계부채 81.1%…4.2%p 내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기업들의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올해 2분기 기업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67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에서는 증시 호조 기대감에 은행 예금을 줄이는 대신 국내 주식과 펀드 투자를 크게 늘리는 '머니무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결과 발생한 국내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47조8000억원이다. 직전 분기(84조3000억원)보다 63조5000억원 확대됐다.

부문별로 보면 비금융법인인 기업들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 분기 20조8000억원 증가에서 67조1000억원 증가로 크게 늘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앞서 1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분기 만에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인 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인 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자금운용은 1분기 137조원에서 2분기 267조1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금융기관 예치금과 상거래신용 등을 중심으로 규모가 커졌다. 자금조달도 채권 발행 등 직접금융과 상거래신용 등을 중심으로 83조8000억원 증가한 200조원으로 집계됐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2분기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서 상장기업 당기순이익이 1분기 112조원에서 181조원으로 크게 늘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확대가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경우 가계소득 감소, 주택 순취득 증가 등으로 여유자금이 줄면서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 분기 79조2000억원에서 60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자금운용은 96조3000억원에서 88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자금조달은 금융기관 차입을 중심으로 17조1000억원에서 2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가계 자금은 예금에서 주식과 펀드로 이동했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은 전 분기 61조4000억원에서 10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 등에 해당하는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은 67조2000억원, 투자펀드 지분은 35조6000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기관 예치금은 전 분기 29조4000억원 증가에서 23조3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김 팀장은 "단기·장기 저축성예금에서 약 39조원이 빠져나간 반면 증권사 예치금은 20조2000억원 증가했다"며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이 크게 늘고 예금취급기관 저축은 크게 감소했다는 점에서 2분기 가계에서 머니무브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외부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등으로 전 분기 84조3000억원에서 147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다. 국외부문의 자금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자금조달 증가는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2분기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6930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13조2000억원 늘었고 금융부채는 2495조원으로 28조2000억원 증가했다. 순금융자산은 4435조2000억원으로 484조9000억원 확대됐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 배율은 2.78배로 전 분기 말(2.60배)보다 상승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1%로 전 분기 말(85.3%)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명목 GDP가 6.2% 증가한 데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1.1%에 그친 영향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김 팀장은 "반도체 경기 호황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비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GDP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의 목표도 훨씬 빨리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8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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