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은 무엇을 잘못했나… '암살자(들)' 불매가 겨눈 곳

  • 불매는 언제 정당한가, '암살자(들)' 집회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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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비판하는 방법은 많다. 평점을 매기고, 평론을 쓰고, 토론하고, 사실과 다르다고 보면 법정에서 다툴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반발은 이 경로를 벗어나 광화문의 한 빌딩과 성북구의 한 주택 앞까지 닿았다.

6일 보수단체는 버거킹 국내 운영사가 입주한 광화문G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를 요구했다. 4일에는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과 제작사 앞에서 집회가 열렸고, 자택 앞 집회는 31일까지 신고돼 있다.

불매 자체는 낯선 일이 아니다. 기업의 노동권 침해나 불공정 행위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것은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정당한 견제 장치다. 지난해 5월 SPC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지자 야구팬들은 '크보빵' 불매에 나섰고, "노동자의 피 묻은 빵 절대 먹지 않겠다"는 팻말과 함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올해 4월 같은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 2명이 손가락을 크게 다치자 노조는 정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노조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요구했다.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부른 '탱크데이' 마케팅 뒤 스타벅스는 충전카드 전액 환급에 나서 2주간 약 760억 원을 돌려줬다. 불매의 표적은 기업이 한 일이었고, 요구는 기업이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진=버거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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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불매 논란은 다소 양상이 다르다. 6일 보수단체 벨라도는 버거킹이 입주한 건물 앞에서 기업들에 유해진의 광고 계약 철회를 요구했다. 버거킹이 표적이 된 것은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유해진이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버거킹은 계약이 지난달 30일 끝났고 시즌 상품 기간에 맞춘 단기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을 모델로 한 캠페인을 종료한 키움증권은 지난 4월 1년 단위로 맺은 모델 계약은 유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책임질 일이 없는데도 압박의 통로가 됐다.

그렇다면 이 압박이 내세우는 명분, 곧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는가.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이 문세광의 범행이라는 정부 공식 발표와는 다른 가설을 암시해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고,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 배후를 밝히는 영화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극영화가 가설을 던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사실 주장은 아니다. 가설이 틀렸다면 반박하면 된다. 평론으로, 토론으로, 이미 접수된 명예훼손 고발에 대한 수사와 재판으로 가릴 수 있다. 공론장이 마련해 둔 길이다.
 

주진우 의원 김승원 장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주진우 의원, 김승원 장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정치권의 비판은 그 길 바깥으로 나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를 "패륜 영화"라고 부르며 상영 중지와 제작사 압수수색, 수익 환수를 주장했다. 표현물을 수사와 공권력으로 멈추라는 요구다. 그는 "스타벅스 광고와 배재고 응원에는 발끈해 응징하면서 이 패륜 영화는 왜 침묵하며 감싸느냐"고도 물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을 묻는 질문이지만 불매의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스타벅스 불매는 기업이 스스로 내놓은 마케팅에서 비롯됐고, 이번 불매는 기업과 무관한 영화에서 비롯됐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영화를 비판하다 전두환·윤석열은 내란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진행자가 "윤석열은 내란이냐, 아니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고, 전두환에 대한 같은 질문에도 "저는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일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방송에서는 영화를 역사 왜곡이라 비판하면서 전두환·윤석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왜 다르게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 의원은 "사법적 판단이 있으니 인정하라고 하는 건 폭거"라고 답했다.

영화는 정부 공식 발표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하면서, 전두환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며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같은 '공식 기록'이 영화를 비판할 때는 기준이 되고, 자신의 입장과 부딪힐 때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김 의원 개인의 발언일 뿐이지만, 영화를 비판하는 논리가 일관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암살자들 주연배우 유해진 자택·제작사 앞 보수단체 집회 사진연합뉴스
'암살자(들)' 주연배우 유해진 자택·제작사 앞 보수단체 집회 [사진=연합뉴스]


영화가 틀렸다는 확신이 있다면 설득으로 이길 일이다. 그러나 다른 역사 해석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 압박은 스스로 멈출 곳을 정하지 않는다. 배우의 자택에서 제작사를 거쳐 광고주 건물 앞으로 번진 이번 집회가 그 경로를 보여준다. 표적이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생각이라면, 어느 진영이 하든 그 불매는 소비자 운동이 아니다.

사실을 따지겠다는 비판이 사실을 고르고, 다른 해석은 틀렸다고 반박하는 대신 지우려 할 때,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말은 이견을 통제하는 명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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