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장 탈출’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제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들이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연금OCIO본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의 투자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의 장기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 등 해외자산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노후자산을 준비하는 투자자라면 환율 변동에 대비해 원화자산도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가 환”이라며 “은퇴한 뒤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달러자산을 원화로 가져오는 시점에 환율이 크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거주하는 국가의 화폐 가치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투자 환경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장 탈출’이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저평가 요인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전 본부장은 “한국 시장이 지금까지 저평가돼 있었다면 지난 1년 동안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되고 있다”며 “주주환원 등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됐던 요인들이 조금씩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글로벌 AI 시대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다만 특정 종목이나 유행하는 테마를 좇기보다 분산투자와 리밸런싱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주도 업종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매번 적절한 투자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코리아 TDF(타깃데이트펀드) 액티브’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피를 단순 추종하는 대신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투자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전 본부장은 “TDF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전문가가 해주는 분산투자이고 두 번째는 자동 리밸런싱”이라며 “분산투자는 1등을 하기 위한 투자는 아니지만 길게 봤을 때 가장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TDF를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상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글로벌액티브적격TDF2045(H)는 2016년 4월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10년간 연복리 기준 약 8.7%, 누적 약 1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연 8.7%라고 하면 큰 수익률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10년간 복리로 보면 누적 120%가 된다”며 “TDF는 오늘 투자해서 다음 달에 대박이 나는 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TDF 사업 초창기 내세웠던 문구를 소개했다. “가입하세요. 그리고 잊어버리세요.”
시장의 등락에 따라 사고파는 대신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TDF의 투자 철학이라는 의미다. 그는 “분산투자는 어떤 자산이 크게 오를 때 똑같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크게 하락했을 때 손실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와 TDF도 투자 목적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TF가 원하는 테마를 직접 선택하고 실시간 거래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TDF는 연금처럼 장기간 꾸준히 자산을 쌓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전 본부장은 장기 투자의 핵심을 매번 시장의 ‘승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큰 실패를 피하는 데 있다고 봤다. 그는 “자산이 100이라면 최소 70~80은 안정적인 분산투자 포트폴리오에 두고, 직접 투자하고 싶다면 10~20 정도, 나머지는 필요할 때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가져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승자가 되는 것보다 정확히 말하면 ‘패자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져간다면 적어도 ‘망했다’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TDF는 거기에 맞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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