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도 퇴짜...조선 호황이 키운 '성과배분 딜레마'

  • HD현대重, 1인당 4056만원 지급안도 부결

  • 한화오션 협상 계속…삼성重 가장 먼저 타결

  • 고정급·영업익 연동 부담…미래 투자 여력도 과제

HD현대중공업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중공업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조선업 호황이 오히려 노사 간 임금 협상의 눈높이 차이를 키우고 있다. 10여 년 만의 슈퍼사이클로 조선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회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52.14%의 반대로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전체 조합원 8100명 가운데 7541명이 투표했고 찬성은 47.58%였다. 노사는 오는 6일 이후 재교섭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일시금 1100만원·200%, 성과급 지급 등이 포함됐다. 출산 축하 휴가 확대와 장기근속자 포상 확대,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 등도 담겼다.

회사는 기본급 인상분과 일시금, 성과금 등을 모두 더할 경우 조합원 1인당 평균 4056만원의 지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임단협 당시보다 1061만원 늘어난 규모로 회사가 제시한 보상 수준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노사가 시각차를 가장 많이 보인 부분은 '보상 방식'이다.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고정급 확대와 함께 회사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기본급·성과금·격려금·수당 등에 반영하는 성과 공유 방안을 요구해왔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의 급격한 확대보다 실적에 따라 지급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성과급과 격려금 등 변동급을 활용한 보상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급 확대의 경우 실적이 다시 하락하는 불황기에 접어들더라도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로 남는다는 점이 부담이다. 영업이익과 일정 비율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30%'를 회사의 예상 영업이익에 단순 적용할 경우, 성과 공유 재원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는 회사가 계획한 연간 주요 설비투자액 964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만약 성과 공유 재원이 1조원을 넘어선다면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하는 대규모 투자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회사는 지난달 발전용 엔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생산시설 등에 총 1조722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을 인건비뿐 아니라 생산능력 확대와 미래 먹거리에 다시 투입해야 수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오션 역시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둘러싼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확대, 성과급 지급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일시금 650만원, 연간 100만원 상당 복지포인트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집중교섭 체제로 전환했지만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기본급을 정기승급분 포함 13만1786원 인상하고 총 7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도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하며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래 시장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현실을 벗어난 요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사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