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나고야 AG]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日서 금빛 메치기 도전…"애국가 부를 것"

  • 할머니 유언 따라 태극마크…파리 올림픽 결승 반칙패로 은메달

  • 1일 여자 57kg급 출격…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무대

  • '굳히기' 보완해 아시안게임 우승 준비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2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2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유도의 간판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자신이 나고 자란 일본 땅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허미미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경기에 출전한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대회 당시 혼성 단체전에만 나섰던 허미미에게 이번 대회는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무대다.

2002년 일본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현지에서 유도를 익혀 중학교 3학년 때 일본 전국중학교대회 정상에 섰고 와세다대에 진학해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일본 국가대표로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그의 진로는 할머니의 유언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뜻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단 뒤 성장세는 가팔랐다. 허미미는 2024 세계선수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의 세계선수권 우승은 1995년 정성숙(61kg급)·조민선(66kg급) 이후 29년 만이었다.

같은 해 파리 올림픽에서 허미미는 결승까지 올라 데구치와 다시 만났지만 골든스코어 접전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개인전 은메달과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허미미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부르기 위해 가사를 모두 외웠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할머니 묘소에 메달을 바치며 다음에는 반드시 금메달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치러지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공교롭게도 그의 옛 조국인 일본에서 열린다.

최근 어깨 수술을 받는 등 시련도 있었지만 파리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남긴 '굳히기'를 집중적으로 보완하며 우승 준비를 마쳤다. 금메달로 가는 길목에는 종주국 일본의 시라카네 미오와 북한의 복병 김현아 등이 버티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2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2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D-30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허미미는 지난달 17일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브리온컴퍼니를 통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할머니 묘비에 가져가고 싶다"며 "파리 올림픽 때 부르려고 외웠던 애국가를 다가오는 나고야와 LA에서 시상대에 올라 꼭 따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만큼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잘해서 할머니와 나라를 빛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6개에 그쳤다. 금메달 수 기준 역대 아시안게임 최저 성적이다. 유도 종주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전 3개와 단체전 1개의 금메달을 따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가 6월에서 10월로 옮겨지면서 일본이 1진 선수들을 세계선수권에 보내기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유도 첫날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30일 여자 48kg급 정수진(용인대)은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 허용치인 50.4kg을 100g 넘겨 매트에 서보지도 못하고 실격했다. 항저우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남자 60kg급 이하림(양평군청)은 16강에서 짐을 쌌다. 여자 52kg급 장세윤(KH필룩스)은 결승에서 시타 카담보예바(우즈베키스탄)에게 반칙패하며 은메달을 기록했다.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의 첫 메달을 책임졌다.

유도 경기 이틀째인 1일에는 허미미를 비롯해 남자 73kg급 안재홍(남양주시청), 남자 81kg급 이준환(포항시청), 여자 63kg급 김지수(경북체육회), 여자 70kg급 김혜미(광주교통공사)가 출격해 멀티 금메달을 노린다. 김지수 역시 허미미처럼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출신이다.

2일에는 남자 90kg급 김종훈(양평군청), 남자 100kg급 한주엽(하이원), 남자 100kg 이상급 김민종(양평군청), 여자 78kg급 김민주(광주교통공사), 여자 78kg 이상급 이현지(용인대) 등 중량급 선수들이 나선다. 마지막 날인 3일에는 혼성 단체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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