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과 SK가 정부의 남부권 메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핵심 인력의 지방 정착을 위한 정주 여건 조성을 건의하고 나섰다. 석박사급 핵심 인재들의 지방 근무 기피를 해소할 수 있는 주택 특별공급, 의료·교육·문화 인프라 구축 등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과 정승일 SK㈜ 미래성장담당 사장 등 주요 그룹 경영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메가 프로젝트 점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장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기업들은 전남광주시 등 지역 거점 대규모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고급 전문 인력 확보 및 유치를 꼽는다.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석박사급 연구·엔지니어 인력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특히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 주축인 반도체 팹의 경우 생산라인을 가동하더라도 향후 인력 유출 리스크가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온라인 익명 소통방에서는 지방 사업장 신설 및 전환 배치 소식이 나올 때마다 "성과급만 보고 지방에 내려갔다가 결국 주말부부로 버티다 수도권으로 재이직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하소연과 토로가 나온다.
인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발간한 '반도체 인력 수급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는 약 11만명에 달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이끌 석박사급 핵심 인력만 2만1000명 이상 모자랄 것으로 추산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팹은 수십조원의 설비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핵심 인력이 사업 성공의 90% 이상을 좌우한다"며 "최첨단 생산라인을 지어도 정주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인재들이 내려오지 않거나 이탈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에 과거 혁신도시나 지방 산업단지 조성 사례에서 나타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자녀 교육을 위한 우수 학교,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 문화·편의시설 확충 등 삶의 질을 보장하는 종합 정주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지역 사업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전문 인력의 수급과 활용이 절실하다"며 현장에서 겪는 외국인 고용 관련 애로사항도 적극 전했다. 해외 우수 인재의 유입과 그에 따른 지방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지방 근무자에 대한 수당 인상이나 셔틀버스 확대 등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국가 차원의 종합 인프라 지원 없이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의 인센티브 지급은 일시적인 대책일 뿐 가족 단위의 완전한 이주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며 "과거 세종시나 혁신도시 조성 당시 도입됐던 주택 특별공급 및 종합 정주 인프라 지원 수준의 범정부 차원 파격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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