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저렴한데도 품질이 괜찮다는 평이 많네요."
1일 서울 광진구 다이소 건대점. 매대에서 색조 화장품을 집어 든 한 고객이 손등에 제품을 발라본 뒤 스마트폰을 꺼내 후기를 검색하고 있었다. 매장 안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삼삼오오 모인 중년 고객,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외국인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품절 대란'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제품을 여러 개씩 바구니에 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제품 리뷰를 살펴보던 고객은 "많이 산 것 같은데도 3만원 정도여서 부담이 크지 않다"며 "그저 싸게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똑똑하게 소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약 20평(66㎡) 규모인 이 매장은 상품의 약 80%가 뷰티 제품이다. 과거 '1000원숍'으로 출발해 생활용품을 주로 팔던 다이소에 화장품만으로 매장 대부분을 채우는 점포가 등장한 것이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마포구 무신사 뷰티 홍대도 떠오르는 '신상 핫플레이스'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400평(1262㎡) 규모의 매장에는 제품을 직접 써보며 체험하는 고객들로 붐볐고,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유모차를 끌고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무신사 뷰티 매장이 생겼다고 해서 잠깐 구경만 하려고 들어왔다가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며 비교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젊은 부부도 "평소 한국 화장품이 궁금해서 방문했는데 특색 있는 제품이 많다"고 했다.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와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가 뷰티에 빠졌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 가격을, 무신사는 인디 브랜드와 체험을 앞세웠다. 고물가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K뷰티 시장이 성장하면서 유통사들도 뷰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5000원 화장품도 따져보고 산다…구매 문턱 낮춘 다이소
다이소의 무기는 가격이다. 모든 상품을 5000원 이하에 판매하는 기존 가격 정책을 화장품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다이소가 화장품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2023년부터다. 당시 3000원짜리 스킨케어 제품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품절이 이어졌다. 이후 SNS에서 다이소 화장품 구매 후기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늘었고 화장품 업체들도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 맞춘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구매 추정 기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최근 1년간 다이소 뷰티 제품 구매 추정액은 약 36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6% 증가했다. 기존 화장품 업체가 다이소 가격대에 맞춰 별도로 내놓은 '세컨드 브랜드'의 구매 추정액은 같은 기간 58.2% 늘어난 약 853억원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자신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듀프(인기 제품 대비 가격은 저렴하면서 품질이 비슷한 대체품)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대와 구매 목적이 분명하다"며 "부담 없이 제품을 경험하려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 체험을 유도하기에 효과적인 채널"이라고 말했다.
◇인디 브랜드 70% 채운 무신사…뷰티로 넓어지는 유통 경쟁
무신사는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입점 뷰티 브랜드 약 600개 가운데 70%는 인디 브랜드다.
첫 오프라인 뷰티 매장으로 홍대를 택한 데는 상권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무신사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홍대 유동인구의 67%가 외국인이며 내국인 방문객 가운데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1층은 메이크업과 향수, 2층은 스킨케어와 헤어·바디·맨즈·덴탈케어 제품으로 채웠다. 고객들은 색조 제품을 손등에 발라보거나 스킨케어 제품을 테스트했다. 세면대 앞에서 제품을 얼굴에 문질러본 뒤 씻어내는 고객도 있었다. 지하 1층에는 뷰티온누리약국을 들였다.
김연진 무신사 뷰티 오프라인 팀장은 "인디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외국인 고객은 알지 못했던 K뷰티 브랜드를, 내국인 고객은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패션에서 시작한 무신사의 뷰티 사업도 이미 몸집이 커졌다. 무신사 뷰티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커진 뷰티 사업을 오프라인으로 넓히면서 직접 제품을 경험하려는 수요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점·패션·편의점까지…넓어지는 뷰티 판매처
화장품 판매 채널은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생활용품점과 패션 플랫폼에 이어 편의점도 소용량·저가 화장품을 내놓으며 뷰티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이 뷰티에 눈을 돌리는 데는 화장품 특유의 상품성도 영향을 미쳤다. 의류나 가전보다 구매 주기가 짧고 신제품 출시가 잦아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좋은 데다, 화장품을 사러 온 고객의 다른 상품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트렌드 플랫폼 픽플리가 화장품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64.4%가 월 1회 이상 화장품을 쇼핑한다고 답했다.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여성의 40%, 남성의 36.9%가 '성능 테스트'를 꼽았다. 구매가 반복되는 데다 직접 제품을 써보려는 수요가 큰 만큼 유통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좋은 상품군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약 9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해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국내 주요 상권도 K뷰티의 주요 판매처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는 SNS를 통한 확산과 오프라인 체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표적인 카테고리"라며 "시장 진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