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아리랑’을 불렀을 때, 세계는 한국의 전통을 처음 마주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처음으로 동시대의 언어로 체험했다. 대중문화의 최정점에 선 그룹이 전통을 전면에 호출한 선택은 우연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K팝은 더 이상 한국성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들어섰고, 가장 오래된 서사가 가장 현대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제 질문은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이 관심과 감동을 어디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유홍준 관장이 이끄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관람객 650만 명을 기록한 사실은 단순한 흥행 성과가 아니다. BTS가 연 ‘아리랑의 문’을 통과한 세계의 시선이 머물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대중문화가 세계의 문을 열었다면, 박물관은 그 문 안에서 한국의 시간을 설명하는 장소다. 그런 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 K-헤리티지 글로벌로 나아가는 길의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
관람객 분산을 위한 개관 시간 조정과 휴관일 확대, 편의시설 확충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박물관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며 이해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K-헤리티지는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반복되는 방문과 체험을 통해 신뢰로 축적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다.
상설 전시 유료화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이는 관람객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한 문화 인프라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무료냐 유료냐의 단순한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글로벌 관람객을 맞이할 표준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다. CRM 구축과 예약·검표 시스템 정비는 요금 논의 이전에, 문화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K-헤리티지는 더 이상 보호와 보존의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설명을 요구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정과 미감을 통해, 세계가 한국을 이해하게 만드는 자산이다. BTS의 ‘아리랑’이 세계의 귀를 열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귀에 무엇을 들려줄 것인지를 책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관람객 수의 기록을 넘어, 한국 문화가 세계에 머무는 방식의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BTS ‘아리랑’에서 시작된 이 흐름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다음 장면은 반드시 박물관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박물관은 K-헤리티지 글로벌로 가는 가장 단단한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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