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반도체가 돌아온 지금이 골든 타임…입법 우선순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범용 D램 가격 급등과 HBM 시장 회복, AI 반도체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반도체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기업 실적 호조를 넘어,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이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속도에 비해 정책과 입법의 발걸음은 지나치게 더디다.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서 1년 반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충,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보조금과 세제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핵심 내용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 52시간제’ 논쟁도 발목을 잡아왔고, 각종 쟁점 법안과 정치 현안에 밀려 반도체특별법은 입법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뒤로 밀렸다. 필리버스터와 정쟁성 법안 처리,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 속에서 반도체특별법은 늘 ‘다음번’으로 미뤄졌다. 국가 전략 산업을 다루는 법안이 정치 일정과 셈법에 종속된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일 때 준비하지 않으면, 불황이 왔을 때는 손쓸 여지가 없다. 지금의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AI 반도체 전환 국면은 투자와 구조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도 반도체를 안보·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올려놓았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법적·제도적 기반을 완비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예외 논쟁 역시 그중 하나다. 노동시간 규제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원칙이며, 이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다만 반도체 R&D와 공정 전환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시적·제한적·보완 장치가 결합된 유연성 논의까지 봉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권 후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회의 선택이다. 반도체특별법은 특정 기업을 위한 법도, 일시적 경기 부양책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과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토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사실은 국회가 무엇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
반도체 특별법의 골든타임
반도체 특별법의 골든타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회복을 놓고 다시 승부를 거는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업에만 ‘세계 1등’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기본과 상식은 명확하다. 호황일 때 대비하지 못하면, 위기 앞에서는 늘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반도체특별법은 특혜 입법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반도체가 돌아온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입법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야 할 골든 타임이다. 더 늦출 명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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