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기력발전소(석탄·석유를 연료로 증기를 이용해 발전하는 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23기는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 설비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당수는 가동률이 20%에도 못 미쳐 사실상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 경제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던 1970~80년대 건설된 이들 발전소는 통상 사용연한이 30년으로 설계됐으나 수명 연장과 보강을 통해 40년 이상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4~6호기 역시 1981년 준공돼 2022년까지 가동됐으며, 삼천포 3호기와 보령 3·4·5호기도 준공 후 30년을 넘겼다. 배관·밸브·센서 등 주요 부품의 노후화로 고장과 이상 징후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발전소는 이미 가동을 멈췄지만, 폐쇄 이후에도 안전 관리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삼천포 1·2호기와 보령 1·2호기는 이미 영구 폐쇄됐지만 인접 설비가 제한적으로 운전 중이어서 해체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평택 기력발전소 역시 지난 1월 가동을 종료했지만 공식 폐쇄와 철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노후 화력발전소가 탈석탄 정책 속에서 좌초자산(외부 환경 변화에 의해 가치가 급락한 자산)으로 인식되며, 설비 전면 교체나 대규모 투자보다는 최소한의 유지·관리에 머무는 운영이 구조화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운영 구조 속에서 전문가들은 공기업 특성상 예산 부족보다는, 장기 폐쇄를 전제로 한 노후 설비의 안전관리 역량과 시스템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운영 단계에서 누적된 안전 공백은 해체 단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이후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각 발전소의 해체 작업을 모두 중지시켰지만, 이는 근본 대책이라기보다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기 준수를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작업이 촉박해지면 무리한 공사가 반복될 수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작업 중지'라는 임시 처방에만 의존하는 것은 안전 원리를 무시한 무책임한 접근"이라며 "산업안전을 정치화·이념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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