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식품업계의 발주·거래 흐름은 현재까지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번 사태로 플랫폼 의존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자체 유통망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에도 쿠팡을 대상으로 한 식품사들의 발주는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식품사 관계자는 “사고 직후부터 예의주시했지만 거래 규모 자체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특정 카테고리 수요가 급감했다는 신호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사는 쿠팡에 물량을 납품할 뿐, 납품된 상품이 플랫폼 내에서 얼마나 판매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납품 물량 자체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소비자 이탈 조짐도 수치상 뚜렷하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지난 8일 기준 1591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달 28일(1570만명)과 비교해도 약 21만명 높은 수치로, 이용자 수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업계가 발주량을 급하게 조정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간편식·냉장·유제품처럼 배송 신뢰도가 구매와 직결되는 품목의 경우 플랫폼 대체가 쉽지 않아 단기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신선·가공식품의 재구매 주기가 짧아 이탈했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소비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높아진 플랫폼 의존도가 이번 사태로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판매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쿠팡·네이버 등 소수 플랫폼에 매출이 몰리는 구조가 고착됐기 때문이다. 한 중견 식품사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사고가 나면 바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브랜드 신뢰나 프로모션 전략, 향후 재구매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적으로 유통망 분산·자체 채널 강화 흐름이 더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일부 식품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벽배송·당일배송·직배송 등 자사 유통망을 확장해 왔다.
대표적으로 대상은 육류 브랜드 ‘미트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새벽배송·주말배송 체계를 도입했고, 풀무원은 자사몰 ‘#풀무원’을 통한 새벽배송을 운영 중이다. hy는 프레시매니저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른 아침 배송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워홈은 ‘아워홈몰’에 11번가 슈팅배송을 연동해 수도권 ‘오늘도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자사몰·자체배송을 강화해 온 배경에는 배송 품질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 관리하려는 필요성도 있다. 최근 쿠팡 사태에서 드러났듯 고객 정보는 브랜드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외부 플랫폼에만 의존할 경우 이를 온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배송 타이밍이 곧 품질이기 때문에 외부 플랫폼만으로는 브랜드 경험을 온전히 관리하기 어렵다”며 “고객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체 채널을 다시 점검하는 회사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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