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중동 협력의 미래를 이끄는 K-푸드 미식외교

 
송미령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중동은 수천 년 동안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에서 동서를 잇는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지금, 이 오래된 길 위에서 혁신과 품질로 세계의 신뢰를 얻은 K-푸드가 한국과 중동 간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는 K-푸드(한국식품)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올해 10월 기준 중동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아랍에미리트(UAE)로의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2% 증가한 2억7500만 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중동을 K-푸드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할랄 인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분 분석 데이터 확보와 국내외 인증기관 간 상호인정 확대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 유통매장 입점, 인플루언서·소비자 초청 체험 행사, '걸푸드(Gulfood) 국제식품박람회' 참가 지원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업의 할랄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과 중동 온라인 한국식품관 내 할랄 전용 K-푸드관을 신설하는 등 보다 정밀한 시장 대응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의 도전과 정부의 뒷받침이 맞물리면서 중동 현장에서 K-푸드의 매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1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UAE 아부다비에서 현지 인플루언서와 UAE 대학 졸업생 등 30명을 초청해 K-할랄푸드와 K-푸드테크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중동을 순방한 김혜경 여사도 K-푸드를 직접 시연·소개하며 현지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다. 행사 참석자들은 유창한 한국어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K-푸드를 즐긴다며 비빔밥·김밥·김치볶음밥 등의 다양한 한식 메뉴를 직접 언급하면서 중동 내 K-푸드의 인기를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이 자리에서는 UAE 사막에서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처음 생산된 딸기와 한국에서 수출된 배·포도(샤인머스캣) 등 신선과일, 그리고 라면, 과자, 바나나우유, 포도음료 등 다양한 K-푸드 가공식품이 함께 선보였다. 특히 지난 10월 30일 할랄 인증을 받고 UAE로 첫 수출된 한우는 현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수출된 한우는 한국 고유의 음식과 식문화를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원재료가 중동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음식은 국경을 넘는 가장 부드러운 외교다. 향신료와 비단을 나르던 옛 실크로드처럼, 오늘의 K-푸드와 식문화는 한국과 중동을 한층 가깝게 잇고 있다. 과거 실크로드가 문명을 연결했던 길이었다면, K-푸드는 ‘맛의 길’을 따라 중동의 식탁과 마음속으로 스며들며 양 지역의 경제·문화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
 
아랍 지역에는 '빵과 소금을 함께 나누면 형제가 된다'는 전통 관념이 있다. 낯선 땅에서 한 끼를 나누며 신뢰와 우정을 쌓아온 이 오래된 지혜처럼, 한국과 중동은 K-푸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K-푸드가 현대판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과 중동의 신뢰와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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