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바통을 넘긴 건 '국보'의 이상일 감독이다. 일본 실사 영화 중 역대 두 번째 '천만 관객' 기록을 쓴 그는 11월 초 한국을 방문해 주요 방송과 온라인 채널을 오가며 작품을 소개했다.
유튜브 '문명특급' 출연을 시작으로 SBS '나이트라인', CGV 용산아이파크몰 기자간담회, 이동진 평론가와의 심층 대담까지 일정은 꽤 촘촘했다. 특히 내한 마지막 날,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 영상이 예고되며 영화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 외적으로도 '한국인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최고 흥행작'이라는 상징성과, 그를 둘러싼 한일 문화 교류의 맥락까지 더해지며 '국보'는 단순한 개봉작을 넘어 연말 극장가 화제 중심에 자리했다.
이어 11월 말에는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타셈 감독이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 내한 당시 "폴(Fall)이 한국어로 '가을'을 의미하니 가을에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한 그는 실제 약속을 지키며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12월에는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최고 영예를 안은 미야케 쇼 감독이 뒤를 잇는다. 그의 신작 '여행과 나날'은 개봉을 일주일 앞둔 12월 1일 한국에서 프레스 투어와 관객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는 젊은 창작자들과 평단의 관심을 모은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첫 공개 이후 호평을 이어온 가운데, 심은경 배우와 함께 GV(Guest Visit) 일정도 예정돼 있어 팬들 사이에서는 일명 '심은경 복귀작'이라는 맥락과 작품의 정서적 결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연말 극장가의 흐름은 단순히 작품을 상영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감독과 관객이 '직접 만나는 체험형 개봉'으로 진화하고 있다. OTT 플랫폼, 해외 영화제, SNS 기반의 팬덤이 국내 영화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감독은 더 이상 작품 뒤에 숨은 제작자가 아니라, 작품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 흐름은 단기 흥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극장 관람은 특별한 경험'이라는 인식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겨울 스크린에 모여드는 거장들의 발걸음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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