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체하면 금리 더 싸져?…저신용자 우대 논란

  • 네 단계 높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

  • 소외계층 위해 정책금융 풀었지만

  • "잘 갚는 사람만 손해" 부정적 인식 확산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면서 오히려 고신용자의 대출금리가 이들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입김을 불어 넣은 결과다. 소외계층을 품기 위해서는 정책금융 등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지만 '고신용 저금리, 저신용 고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 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의 금리는 평균 연 6.19%로 600점 이하 대출자(5.98%)보다 높았다. 신한은행은 601∼650점 차주 금리(7.72%)가 600점 이하(7.49%)를 웃돌았다. IBK기업은행 역시 601∼650점 신용점수 대출자에 600점 이하(4.73%)보다 높은 5.13%의 금리를 책정했다. 하나은행은 750~701점 구간에서 800점 구간보다 금리를 평균 0.05%포인트(p) 낮게 받았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경남은행은 750~701점 차주가 바로 윗 구간인 800~751점(6.31%) 차주보다 금리가 0.43%p 낮았다. 카카오뱅크는 650~601점 차주에게 5.48% 금리를 제공했다. 신용이 무려 네 단계 높은 구간보다 금리 혜택을 봤다. 

이는 정부가 포용 금융, 생산적 금융을 요구한 결과 발생한 금리 역전 현상이다.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가산금리가 낮고 가감조정금리는 큰 정책대출의 비중을 늘리거나 관련 금리를 낮추면서 정부 기조에 호응하고 있다.

신용도가 5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사실상 대출 거절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소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 고객 수가 고신용자만큼 많지는 않다"면서도 "정부가 '소외계층 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자체 신용 시스템을 이용해 신뢰가 있어 보이는 저신용자에는 대출을 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면 신용 시스템이 크게 무너질 수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저신용자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신용점수를 낮추기 위한 행태가 반복되면 금융산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신용점수를 낮추기 위해 연체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예금 이자를 올리지 않는 식으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금리를 낮추기보다는 저신용자에게는 복지 기금 등 재원을 따로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중·저신용대출을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따지면 금리 역전 현상도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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