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되는 경제상식] 계엄급 환율 재연 왜?…향후 관전포인트는 美고용·외인 수급

  • 1480원 위협하던 환율, 당국 개입에 1450원대로

  • 서학개미·국채금리 급등에 금융시장 불안도 커져

  • 당국 개입에 당분간 상단 제한…금통위 결정엔 부담

14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일 1470원선을 넘나들며 고점을 높이던 환율이 하루 만에 꺾였습니다. 장 초반까지 이어지던 강달러 흐름이 당국의 구두개입과 한미 팩트시트 공개로 방향을 바꾸면서 1450원대로 내려앉은 겁니다. 향후 미국 고용지표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방향이 다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0.7원 하락한 145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초반 1474.9원까지 오르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개장 직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자 20원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이후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항목이 별도로 담겼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때 1452.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장중 변동폭은 22.9원으로, 지난 5월 2일(34.7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1470~1480원대 환율 수준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던 지난 4월과 비슷합니다. 뚜렷한 국내 충격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오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선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서학개미와 국채금리 급등이 맞물리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진 영향이 큽니다. 실제로 14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473억 원을 순매도하며 위험회피 흐름을 강화했습니다.

국채금리 상승 역시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금리 조정 여부는 향후 지표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한은이 기존의 금리 인하 흐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로 전날 국고채 금리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3.3%를 넘긴 뒤 3.282%에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고, 3년물 금리 역시 2.923%로 올라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습니다.

다만 급등한 환율 자체를 위기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 달러 유동성 경색, 국내 주식·채권 자금의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큰 변화가 없어 환율만 놓고 위기 국면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이 연이어 구두개입 신호를 낸 만큼 환율 상단이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추세적인 환율 하락은 쉽지 않겠지만 정부가 해당 구간에서 방어 시그널을 분명히 준 만큼, 단기적으로는 상단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현 수준의 고환율은 오는 11월 말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환율 안정 없이는 물가 경로도 불확실해지는 만큼, 한은도 정책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환율 향방은 미국의 고용지표와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 등이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달러 환전 수요가 환율을 좌우하는 힘이 강하다"며 "환율 하락 전환의 트리거는 빠르면 다음 주 발표될 미국 9월 고용보고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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