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급 고환율] 1500원이 뉴노멀...대미투자 기업들 '환율 리스크' 초비상

  • 원재료, 마케팅 비용 상승에 수익성 악화

  • 내년 투자 앞두고 달러 보유 분위기 지속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20원 오른 달러당 146770원을 기록했다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2.0원 오른 달러당 1,467.70원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 자동차 엔진·섀시 등을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울산 소재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최근 치솟는 환율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A사는 호주에서 알루미늄을 수입해 특허 공법으로 초경량 부품을 생산한 뒤 현대차, GM, 르노, 테슬라 등에 납품한다. A사 대표는 "알루미늄 가격이 최근 3년 새 15~20% 가까이 올랐고, 관세에 고환율까지 겹쳐 수익성이 반토막 났다"며 "그렇다고 판매가를 올릴 수도 없어 회사가 '아사'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수준의 고환율이 '뉴 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역대급 고환율에 원재료 조달 비용이 급증하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앞두고 기업들의 외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환율 리스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며 "'환율 1500원 시대'를 가정하고 최대한 보수적인 예산안을 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3원 오른1469.0원으로 개장해 장중 1475.40원까지 오르며 비상계엄 당시(1480원) 수준을 위협했다. 지난 4월 9일 1487.60원 이후 최고치다. 주간거래 종가는 1468.7원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3.7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한창이던 1998년 평균 환율 1395원을 웃돌고 있다. 

산업계는 이 같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출 증대 효과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해외 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자동차의 경우 공급망이 다변화하면서 원화 약세를 마냥 반기기 어려운 환경이다. 오히려 판매가 인상 압박과 물류비 상승 등 역풍이 거세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이 30% 미만이라 환율 상승은 곧 생산 원가에 직결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1400원대를 상회하는 고환율은 상당 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도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미국 투자 확대에 대비해 달러 곳간을 잠글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내년 대미 투자 집행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 달러를 팔기보다 보유하려는 기업들이 더 많다"며 "그만큼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기류가 강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1달러=1500원'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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