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그렇게 사랑이 시작됐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리뷰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사진=NHN링크]
 
근사한, 그러나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남자의 집. 그 남자의 집 문은 거의 항상 닫혀있다. 문을 두드리는 이는 잡지를 주고 가는 우편배달부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찾아온 ‘똑똑똑’ 노크 소리는 그의 일상을 차츰 새로운 것들로 채우기 시작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두드린다. 지난 6월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6관왕을 거머쥔 이 작품은 지난달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 3차 티켓 오픈까지 77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흥행 중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 로봇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시작은 익숙하다. MBTI로 치면 T인 내향적이고 계획적인 남성 로봇 올리버와 F인 활발하고 엉뚱한 여성 로봇 클레어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랑의 엔딩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린 왜 사랑했을까. 그냥 스쳐 가지 않고 서로를 바라봤을까”라며 함께 걷던 길을 회상하며 자책하거나 슬퍼하는 이별의 아픔을 다룬다. 속삭이듯 따뜻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는 사랑의 떨림과 애틋함을 더한다.

다만 이별 후 사랑했던 상대를 잊기 위해 힘겨워하는 인간과 달리, 주인공들은 로봇이기에 이별이 오기 전 함께했던 기억을 깔끔히 지우기로 한다. 어쩌면 새드엔딩일 수도 있는 사랑의 끝을 향해 가는 대신, 아예 끝을 보지 않는 선택을 한다.
 
두 주인공이 사랑의 끝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점도 흥미롭다. 클레어는 사랑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 끝이 올까 전전긍긍한다. 반면, 올리버는 사랑의 끝 자체를 모르는 듯하다. 좋은 주인을 만나 신뢰와 인정을 듬뿍 받은 올리버와 불행한 가정에서 지냈던 클레어가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다.
 
관객들은 무대를 보며 잊고 지냈던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프지만 소중했던 과거를 되새길 수 있겠다. 혹은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랑에 슬퍼하거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오는 봄도 한결같이 함께할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짧게 타오른 찰나의 사랑이든, 서로의 일상을 충전해주는 동반자적 사랑이든,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해피엔딩’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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