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내릴 때 됐지?" 고점 시그널에 곱버스 타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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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2배 인버스 ETF)' 투자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점 도달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일부 급락 조짐이 나타나자, 인버스 상품에 대한 매수세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였다. 이날 하루에만 1111억원어치가 몰렸고, 이는 2위인 'TIGER 미국S&P500 ETF'(321억원)의 3.5배 수준이다. 'KODEX 인버스' 역시 291억원 순매수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5일 코스피가 장중 6% 가까이 급락한 것이 계기였다.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불과 며칠 만에 3900선까지 밀리는 등 강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한국거래소가 약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한 것도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증시가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퍼지며 개인투자자들의 포지션 전환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하루 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다. 시장이 1% 하락하면 ETF 수익률은 2% 상승하지만, 반대로 상승할 경우 손실도 두 배다. 대표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최근 거래량이 폭증했다. 이날 기준 해당 ETF의 거래량은 12억2961만주로 전체 상장 종목 중 가장 높았다.
 
문제는 고점 인식이 반드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락장 베팅'이 실패할 경우,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실제로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해당 ETF를 집중 매수한 개인투자자의 누적 손실은 103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도 개인은 해당 ETF를 5130억원 순매수했으나, 코스피가 28% 급등하며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곱버스는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단기 대응용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며 “장기 보유 시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예상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 향후 흐름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중장기 하락 전환보다는 일시적인 숨고르기”라며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도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해소하는 국면으로, 12월까지 일정 조정 이후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사이드카 발동 사례를 보면 지수는 평균 26.3일 내 회복됐다”며 “11월 중 추가 조정이 나타날 수 있으나, 연말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인버스 ETF 진입 타이밍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험상 인버스 ETF를 장기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손실을 입었다”며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커지는 장에서는 분할 매수, 분산 투자, 손절매 설정 등 리스크 관리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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