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며 불참한 채 본회의장 밖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오는 13일과 2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비쟁점법안 110여 건을 처리한다.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가덕도신공항 주민 재정착 지원을 담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 개정안, 노후 철도차량 교체 시 정부 지원을 가능하게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등이다.
반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사법개혁안, 언론개혁안, 배임죄 폐지 등 주요 법안은 모두 연말로 미뤄졌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 3법(법무부·대검 지휘구조 개편, 수사·기소 분리)'은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가능성을 의식해 상정을 보류했다. 결국 국회는 합의가 가능한 법안만 '선택적 처리'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과 산업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겠다"며 "관세협상 후속 법안과 민생 국정과제 이행 법안을 11월 우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생 우선' 기조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앞서 "(여야 간) 합의된 법안은 처리하되 포퓰리즘성 예산과 부실 법안은 철저히 걸러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했다.
이처럼 손쉬운 합의안만 통과되는 국회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국회의 기능은 점차 '정책 조정'보다 '정쟁 회피'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의 여야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종족주의 정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양 전 교수는 "진짜 중요한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중요도가 낮은 비쟁점 법안만 처리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는 본래 사회적 조정 기능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권 유지와 세력 다툼에만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또한 국민의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 우선 처리'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 사안에서는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을 두고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이 빠졌다"며 "현실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취지는 산업 지원"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가 협치와 타협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개혁 입법은 물론 경제 회복의 동력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한 세미나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정치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정치양극화를 그대로 둔 채로 민주주의를 이뤄나가긴 어렵다"고 제언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