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보다 부채가 10조↑…4대 은행, 고환율에 건전성 비상

  • 7개월 만에 최고치…원·달러 환율 1500원대 가시화

  • 환율 오를수록 RWA↑…우리·하나·KB, 부채 더 많아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자 외화부채가 많은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오를수록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늘어나는 한편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년엔 1500원대까지 고환율이 예상되며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49.4원으로 지난 4월 11일(1449.9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달엔 외환당국이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1년 반 만에 구두개입하는 등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건 복합 요인이 겹친 결과다. 연초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또 최근엔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강해지며 또 다른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처럼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자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해외에서 빠르게 신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거점을 넓히고 있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외화부채 규모가 커 환율이 높을수록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대 은행 외화부채는 2056억7700만 달러로 외화자산(1986억2300만 달러)보다 70억5400만 달러, 약 10조2142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부채가 많다는 건 환율이 오를수록 회계상 RWA가 더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RWA가 많을수록 CET1 비율은 떨어지고 은행 건전성은 악화된다. 또 CET1 13% 이상을 밸류업 확대의 기준으로 삼는 걸 고려하면 주주환원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CET1 비율은 통상 0.01~0.03%포인트 하락한다고 본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43억4300만 달러로 외화자산과 부채 간 차이가 가장 크다. 이어 △하나은행 32억4100만 달러 △KB국민은행 3700만 달러 순으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외화부채보다 자산이 5억6700만 달러 많았다.

한편으론 은행권에선 환율 상승에 따른 부실대출 확대 가능성도 우려한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 중소기업은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그에 따른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 거래는 통상 달러로 이뤄지는데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소기업은 거래마다 비용이 더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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