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증시 조정 겹악재에…환율 1450원 턱밑

  • 주간 종가 4월 11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

  • 외국인 연이틀 2조원 넘게 코스피 팔아 치워

  • 달러인덱스 100선 상회하며 원화 약세 압력

  • 10년간 매해 200억달러 대미 투자 부담 여전

코스피가 급락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급락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 강세와 증시 조정 여파로 원화 가치가 5일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부담에 원화 약세 압력이 더해지면서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1500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으로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1449.9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전장보다 5.6원 높은 1443.5원으로 출발해 오전 10시 27분께 1449.5원까지 올랐다가 잠시 주춤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국내외 증시가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따라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이틀 2조원 넘는 규모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 밸류에이션 논란 속에 위험자산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와 위험통화인 원화의 약세 부담이 커졌다”며 “단기적으로 상승 요인에 민감한 환율의 비대칭적 움직임이 이어지며 상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97.91 수준이던 미 달러화 지수(DXY)는 이날 전일 대비 0.33% 오른 100.136을 기록하며 100선을 돌파했다. 달러화 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지난 5월 20일 이후 처음이며 9월 16일(96.6) 대비 약 3.7% 급등한 수준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태도 속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식은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69.0%로 집계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 확률은 90.5%에 달했다.

원화 약세의 근저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현금 투자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3500억 달러 선불 투자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연간 200억 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려보다 양호한 투자 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자본 유출이 예정돼 있는 점은 여전히 원화 펀더멘털 약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한 원화 약세 흐름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엔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장기화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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