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호황 전망에 힘입어 이달 들어 20% 가량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에선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에 주목한다. 과거에도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감을 오가며 반복적인 주가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상승세 지속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삼성전자 리포트를 발간한 20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6.9%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한 18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발간한 리포트에서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를 11만5000원으로 잡으며 국내 증권사 중 최고가를 제시했다. 이전 최고가는 미래에셋증권이 22일 제시한 11만1000원이었다. 이외에도 이달 들어 SK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이 11만원으로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다올투자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 흥국증권, DS투자증권 등도 10만원선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 주가 흐름도 좋다. 이달 1일 6만9700원에 출발해 8만4000원에 근접하며 20% 가량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증권가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배경에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계의 시각도 있다. 메모리 사이클을 탔다는 분석과 달리 주가는 곤두박질쳤던 전례(?)가 있어서다.
불과 1년 여 전인 지난해 7월 12일에도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8만8800원까지 올랐다가 같은 해 11월 15일 장중 5만원선 아래로 떨어지며 4만9900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심은 급격히 위축됐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에도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반도체 비관론을 펼친 바 있다. 코로나 시기였던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15일 9만68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십만전자'를 목전에 뒀으나 이후 장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2022년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반복적인 부침을 겪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도 추가 상승세를 기다리기보다 '손절'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한달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4조8200억어치 순매수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7조16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AI발 호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이 실제로 확인되고 있고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실적에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성장의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 역시 이달 21일 발간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보고서에서 반도체산업 투자 의견을 '시장 평균'에서 '매력적'으로 상향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작년은 기대와 실망이 엇갈린 구간이었다면 올해는 실적과 업황 반등이 확인된 구간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올해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레벨이지만 펀더멘털은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높아졌으나 장기적으로 매수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51.4%로 2024년 중반 49%대보다 높아진 수준으로, 메모리 사이클 강세에 외국인이 선제적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55% 이상으로 높아지기는 쉽지 않지 단기 차익매물 가능성이 있지만, 50% 초중반대를 유지하면서 '장기 강세 수급 구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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