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영화 분야에서는 일본 배우들이 한국 작품에 진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가야마 에이타는 넷플릭스 시리즈 ‘로드’, 야마다 다카유키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 출연한다. 미치다 게이타는 국내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반대로 한효주는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 오구리 슌과 호흡을 맞추며 대부분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심은경은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 ‘여행과 나날’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을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예능에서도 협업은 확장되고 있다. Mnet은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힙팝 프린세스’를 통해 한·일 합작 힙합 걸그룹을 발굴한다. CJ ENM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이 함께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교류와 화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OTT 확산과 맞물린 제작사들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게임 IP와 공연·유통 인프라, 한국의 드라마·K-팝 제작 역량이 결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제작 단계에서부터 다국적 캐스팅과 공동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조선통신사 행렬 및 뱃길 재현(4~10월) △한·일 우정콘서트(5월, 오사카) △교향악단 합동 음악회(6월, 도쿄) △한·일 축제한마당(9월, 도쿄) △한·일 문화교류 특별 전시(3~11월, 오사카문화원) 등 대규모 문화·스포츠 교류 행사도 열리고 있다.
웹툰과 문학 역시 교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24년 5122억엔 규모로 성장했으며 네이버 라인망가는 6억482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신의 탑’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한국 문학은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해 한강, 정세랑, 최은영 작가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며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문화적 친밀감도 높아졌다. 일본 외무성이 2024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56.3%로 5년 전보다 29.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8~29세에서는 72.5%가 호감을 표했다. 일본 언론은 “문화 교류가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은 콘진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센터장은 “일본은 시장일 뿐 아니라 파트너로서 가치가 크다”며 “자본과 IP,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일본과 제작력·파급력을 가진 한국이 협력할 때 세계 시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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