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조선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중동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현재 원유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양 플랜트와 해운업 진출 등을 위한 조선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에 HD현대도 중동을 거점으로 한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최근 사우디 투자부 장관과 회동을 갖고 합작 조선소 및 엔진공장 설립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지난 2017년부터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해운 업체인 바흐리,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업체 람프렐 등과 합작해 사우디 동부 주베일항 인근 라스 알헤어 지역의 킹살만 조선 산업 단지에 IMI조선소와 엔진 공장을 짓고 있다. 조선소는 2026년, 엔진 공장은 2027년 가동이 목표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인수 대금을 포함해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인수금액의 50배 규모로, 필리조선소를 단순 정비 거점이 아니라 북미 내 건조·정비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통해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중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미국 현지에서 발주·건조하며 북미 수주 라인 안정화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한화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해운 계열사인 한화해운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은 양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발주처와 직접 연결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조선사들의 숙제"라면서도 "다만 불안정한 공급망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현실적 제약도 존재하는 만큼 선별적 투자와 기술 차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