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에 예년보다 높은 급의 외교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조건부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번 총회를 계기로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유엔총회는 23일(현지시간)부터 29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93개 회원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대표로 참석하는 고위급 일반토의를 연다. 올해로 제80차를 맞은 행사는 각국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자국 외교정책과 글로벌 이슈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유엔의 연례 하이라이트다.
북한은 고위급 회기 마지막 날인 29일 차관급 인사가 연설할 것으로 보이며 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참석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이 유엔총회에 본국에서 파견한 고위급 인사를 참석시키는 것은 7년 만이다.
앞서 지난 2014∼2015년엔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2016∼2018년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부터는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연설을 맡아왔다.
이번 고위급 파견은 최근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변화한 외교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다자 외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공세적인 외교 행보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측과의 '뉴욕 채널' 가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다음에 최근 메시지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인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북한이 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총회 계기 우리 정부의 북한 인사 접촉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북한이 이재명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은 만큼 남북 간 소통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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