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장면 1: 지난 주 중국 천안문 망루에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푸틴 대통령,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서 첨단 무기행진을 지켜보면서 ‘유라시아 패권’ 추구를 보여주었다.
# 장면 2: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꾸고 ‘3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미중경제패권전쟁을 넘어서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국가들 vs 중국을 중심으로 권위주의 국가들 간 신냉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장면들이다. 천안문에서 중·러·북의 단결 쇼를 과거 ‘악의 축’이 아닌 ‘격변의 축’으로 부르기도 한다. 유럽의 군사전문가들은 “중·러·북·이(이란) 4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참전, 이란의 드론 제공, 중국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으로 경제원조 등을 넘어 훨씬 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세계패권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 이탈리아, 일본 동맹국처럼 “새 세계질서”를 추구하는 것과 비교한다. 자유와 문명을 거부하고 군사력과 근육질 자랑인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이러니하게 미국 적대국인 4축국 간 협력은 그들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관세정책이 이들 연대를 약화시키는 꼴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국제적 압력을 견디는 덕분에 중국, 이란, 북한이 그들 영향력을 우크라이나 전쟁터보다 더 분명하게 발휘하고 있는 곳이 없다. 4축 국가들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경제 기술 유대 및 군사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유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들 협력은 러시아가 더 많은 무기를 더 빨리 제조하는 데 필요한 탄약이나 부품을 공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재래식 군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나토(NATO)보다 러시아가 더 빨리 군비증강을 한다면 유럽의 군사 취약성이 드러나게 된다.
4축 국가들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방어의 개념인 ‘국방부’를 공격으로 전환하는 ‘전쟁부’로 바꾸었다. 가장 큰 변화는 빅테크 민간 기업들의 집합소인 실리콘밸리의 군사화인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구글, 오픈AI, 메타 등 빅테크와 벤처투자자들이 군수산업에 참여 투자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민군융합’의 형태이다. 최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마이어-헨더슨 홀 합동 기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메타, 오픈AI, 팔란티어 전현직 임원 네 명이 무대에 서서 “미국 민주주의를 방어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1기 초기인 약10년 전만해도 구글 등 빅테크들은 “세계를 연결한다. 악을 행하지 말라”면서 회사 이익에만 몰두했지 국방에 관심이 없었다. 또 미국 정부와의 협력은 인기가 없어 임직원들이 국방부와의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에 항의할 정도였다. 구글은 2018년 4000명 이상 직원들이 국방부가 드론감시 영상을 분석하기 위해 회사 AI를 사용할 ‘메이븐 프로젝트’ 펜타곤 계약에 항의했다. 이들은 경영진에게 보낸 편지에서 구글이 “전쟁 사업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여 “국방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국방부를 위한 JEDI라고 불리는 100억 달러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포기했다. 태생적으로 실리콘밸리는 군사 및 국방비 시혜를 받고 성장했으나 구글 등 빅테크들은 이단자가 되었다.
하지만 애국 선도기업이 나타났다. 2003년에 설립된 기술데이터 분석회사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는 ‘기술공화국’을 선언하면서 “압도적인 기술 격차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외치면서 국방에 적극 지원해 성공했다. 2022년 푸틴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실리콘밸리 경영진은 가장 진보된 기술, 자율 드론과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하는 군대가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실리콘밸리 경영진과 벤처 자본가들이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적 분위기도 바뀌었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으로 미 정부에 더 기대게 되었다. 팔란티어는 다른 기술회사들의 모델이 되었고, 미국 정부 및 군대와 계약과 급성장으로 시가총액이 약 4300억 달러(600조원)에 이른다.
히틀러 나치의 악령에 시달린 독일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비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때 무기 단어 자체가 금기어였다. 독일이 재무장을 위해 수천억 유로를 지출하기로 하면서 군비 붐이 독일 산업의 우량주로 등극했다. 대표적으로 최고 방산기업 라인메탈 주식이 지난 3년간 20배나 올랐고, 전투함도 제작한다. 또 트럼프(Trumpf) 회사는 드론방어를 위한 레이저 기술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기계공학 레이저 전문회사인 트럼프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레이저기반 드론방어 시스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니콜라 라이빙거-캄뮐러 회장은 “가치 전환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진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고성능 레이저가 군사작전에 활용될 전망이다. 또 차 엔진 제조업체 도치츠는 “탱크엔진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20 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이 회사는 중소형 군용 차량, 장갑차와 병력 수송기 엔진을 생산하고, 대형 전투탱크용 엔진 생산 역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철강기업 잘츠기터도 국방산업에 뛰어들었다. 국방부로부터 강철 “안전 500”을 승인받았는데, 포탄과 발파에도 끄떡없는 최강철이다. 독일 은행들도 무기 투자에 적극적이다. 상업은행은 산업별로 나누어진 분여별 팀에 국방전문가를 투입했다. 방위부문이 한때 ESG, 즉 환경·사회·거버넌스에 맞지 않다고 해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과거 일이다.
21세기 신쟁전의 촉발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혁신전쟁 연구터가 되었고, 기존 전쟁의 양상을 확 바꾸어놓고 있다. 약소국가지만 군사강국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저렴한 드론은 수십억 가격의 러시아 폭격기를 파괴했고, 방해 전파는 모스크바의 슬라이딩 폭탄을 파괴했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의 무기가 유용한지 실시간으로 연구하고 있다. 군인이 카메라를 통해 조종하는 드론과 AI 로봇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고, 올해 드론 250만대를 생산한다. 우크라니아 드론이 러시아 수백 대 전투기를 파괴한 “거미줄 작전”은 우크라이나 비밀부대 SBU의 걸작이다. 미국을 포함해 서방의 어떤 군대도, 미국의 어떤 무기회사도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서방은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4년째 방어하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배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도 실전 능력을 키우고 있다.
신냉전 시대에 대한민국의 국방 및 방산 전략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안보’와 ‘글로벌 방산 4강’을 내걸었고, 이를 위해 대통령 주관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AI기술 방산 R&D 투자, 방산스타트업 육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how’, 즉 미국처럼 ‘민군융합전략’이 빠져있다. 미국은 국방혁신단(DIU)과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중심으로 민간기업의 AI, 자율시스템, 사물인터넷 등 핵심기술을 군사 시스템에 신속히 도입하고 있다. 해군제독 출신의 이병권 전북대 초빙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민군융합’의 책을 통해 “‘민군융합(CMF)’이 미래 전장에서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민군융합이 ‘자주국방’과 ‘글로벌 방산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김택환 원장(미래전환정책연구원)
국가비전전략가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미중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 미래>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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