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PBR도 높아지는 추세다. 다만 유동성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는 여전히 저평가 늪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K·LG 등 대기업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PBR이 대부분 1배를 웃돌았다. 그룹별 주력 회사들을 보면 삼성전자(1.39배), SK하이닉스(3.39배), LG에너지솔루션(3.92배), HD현대중공업(7.78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9.43배), 두산에너빌리티(5.19배) 등이다. 현대차(0.54배)를 제외하곤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렌탈 등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는 모두 PBR 1배를 밑돌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0.20배), 롯데쇼핑(0.13배), 롯데하이마트(0.21배) 등은 장부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롯데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15조869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80% 늘었다. 올해 들어 소폭 하락한 롯데렌탈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올해 코스피 상승분에 비하면 뒤처진 수준이다.
저평가 배경에는 업황 부진과 맞물린 실적 모멘텀 부재, 내수 중심 사업구조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업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또 식음료·유통 등 경기 민감 업종 위주로 구성된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PBR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러 온 만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여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계열사의 체질 개선 시도, 배당 확대 등이 주가 상승을 불러오면 저PBR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롯데정밀화학에 대한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자 주가는 장 중 9%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저평가에 빠져 있는 롯데쇼핑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최소 배당금으로 제시한 3500원을 상회하는 배당금을 지급했고, 올해 7월에는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일부 계열사는 실적 개선 기대가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이익을 낸 롯데정밀화학은 3분기에는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이후 이어진 석유화학업종의 다운사이클의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구조조정 사이클 본격화, 저유가 시대 돌입, 미·중 갈등 완화 및 중국의 부양책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업황 회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과도한 저평가에 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명주 연구원은 "단기 실적 우려는 여전하지만 높아진 업황 회복 가능성과 과도한 저평가 상태(PBR 0.2배)임을 감안하면 현 주가 수준에서 다운사이드 리스크보다 업사이드 가능성이 큰 구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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