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부동산 대책 시행 두 달이 지나면서 시장에서의 효과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매입을 옥죄자,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 아파트와 강남권 소형 아파트로 몰리고 있어서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는 모습이다.
18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6월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는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이다. 이 기간 동안 총 39건의 거래가 있었다. 이 아파트는 올해 들어와 규제 전까지 서울 전체 거래량 순위에서 50위 밖에 있었지만 규제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63.2㎡ 매물은 8월27일 10억18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15일에 거래된 9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6800만원이나 올랐다. 서울 서북부의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도 규제 이후 37건이 거래되며 세 번째로 많이 거래 아파트를 기록했다. 이 단지도 5월까지만 해도 거래량 100위권 밖이었지만 최근 순위가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서울 상급지 외 지역에서 거래량 상위 아파트는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 시티'(37건)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36건)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35건) △성북구 돈암동 한진, 한신(34건) 등이 다수 거래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 벽이 높아지자 현금 동원력을 가진 수요가 서울 내에서 10억원 대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권에서는 10평대 소형 아파트의 거래에서 신고가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 13일 16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다. 7월5일에 기록한 12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3억5000만원이 비싸졌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40㎡ 는 지난 8월9일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7월 11일의 직전 거래보다 1억7000만원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대출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에서 실거주·투자 목적 수요가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소형 평수로 몰린 결과"라고 말했다. 6억원 한도의 주담대 규제가 두 달 이상 시장에 적용된 이후에도 가격 오름세가 유지되면서 대출과 현금 동원이 가능한 매수자들이 중소형 아파트에 집중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3주(1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0.12% 상승해 전주의 0.09%보다 높아졌다. 강남3구를 보면 강남구는 0.15%에서 0.12%로 상승률이 떨어졌지만, 서초구는 0.14%에서 0.17%로, 송파구는 0.14%에서 0.19%로 높아졌다. 노원구(0.05→0.06%), 구로구(0.06→0.07%), 강서구(0.05→0.08%) 등 서울 외곽 자치구들도 오름폭을 키웠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거래량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풍선효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면서도 "6억원 이하 대출 규제 하에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시장이 확인했고, 6억원까지 가능한 대출 범위에서 충분히 매입이 가능한 상황이라 거래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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