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권도형 변호사 사진법무법인유태평양
권도형 변호사 [사진=법무법인(유)태평양]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기업결합을 할 때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사만으로 자유롭게 거래를 종결할 수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정한 규모 이상인 회사들이 기업결합을 할 때에는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회사의 기업결합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를 종결할 수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일방 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타방 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결합일 때 결합 당사 회사에 기업결합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결합신고는 사후신고, 즉 거래종결 이후 신고가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대규모 회사가 기업결합을 할 때에는 거래종결 이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결합 당사 회사는 하루라도 빨리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규모 회사의 기업결합 시 기업결합심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까닭에 결합 당사 회사의 예상보다 거래종결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공정위가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기업결합이라면 예상보다 장기간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예컨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공정위 심사는 약 1년 4개월 소요되었으나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장기화되는 바람에 계약체결부터 거래종결까지 약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공정위는 2024년 8월부터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 상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기업결합심사에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도입하였다. '시정방안 제출제도'란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하는 회사가 해당 기업결합에 따라 초래되는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를 고려하여 시정조치를 명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이용하면 심사절차, 그중에서도 특히 의결절차가 신속해지는데, 구체적으로 공정위의 심의 일정과 의결서 작성 기간이 단축된다.

실제로 2025년 3월과 6월 각 1건씩 총 2건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통해 조건부 승인이 이뤄졌다. 승인이 이뤄진 대상은 시놉시스(Synopsys)-앤시스(Ansys) 기업결합과 티빙-웨이브 기업결합으로, 시놉시스-앤시스 기업결합은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최초로 활용된 사례로 구술심의가 이루어졌고, 티빙-웨이브 기업결합은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두 번째로 활용된 사례이자 이를 통해 행태적 조치가 부과된 첫 사례로 서면심의로 약식의결되었다.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이용된 두 사례의 심의 형식이 다른 점에 비추어 보면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이용한 기업결합에 대한 심의 형식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시정방안 제출제도는 기업결합심사의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인데, 이러한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이용할 충분한 유인(incentive)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는 결합 당사 회사의 입장에서 가장 큰 유인은 거래종결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심사기간의 단축일 것으로 생각된다. 시정조치가 부과되는 기업결합은 공정위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때 서면심의로 진행하면 구술심의에 비해 의결기간을 한층 더 줄일 수 있다.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이용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면심의를 원칙으로 하도록 한다면 시정방안 제출제도의 활용도와 기업결합심사의 효율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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