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반출을 연례 심사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지난주 한국 정부에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장비 반출을 매년 수출 물량 단위로 승인하는 제도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무기한 허용됐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VEU 명단에 포함돼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두 회사 공장을 VEU에서 제외했고, 양 회사는 건별로 장비 반입 승인을 요청해야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양 회사는 VEU 제외 시 매년 1천건의 추가 신청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제도는 VEU처럼 장비 반출 자체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지만, 매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에 비해 행정적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향후 12개월간 발생할 수 있는 장비 고장에 대비해 필요한 부품을 사전에 모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그러나 한 미국 관리는 만일 시간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이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중국 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있어서는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할 길도 계속 이어지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한국 반도체업계와 정부는 추가 부담에 우려와 함께 중국 사업 영위가 가능하게 된 것에 대한 안도를 동시에 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매년 장비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의 증설이나 업그레이드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 반입은 제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 운영을 면밀히 관리하며, 모든 장비 반입을 ‘미국의 사전 승인’ 아래 두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으며, SK하이닉스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기습 단속을 실시한데 이어 이번 조치가 한국을 다시금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난처한 위치에 놓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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