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미국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워싱턴 만남을 계기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협력이 더욱 강화될지 관심을 모은다.
두 거물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재회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 회장과 황 CEO는 곧바로 포옹하며 "다시 만나 반갑다(Good to see you again)"고 서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사다. 지난해부터 HBM3E 8단(8-layer) 제품에 대해 품질 기준 인증(퀄 테스트)을 통과했으나, 12단(12-layer) 제품 인증은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차기작인 HBM4 공급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의 HBM4 샘플에 대한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본지가 단독 보도한 10나노급 6세대(1c) D램 양산 승인 후 탄력을 받아 HBM4를 개발, 엔비디아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D1c 공정을 HBM4에 적용한 만큼 순조로운 퀄 테스트 통과를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4분기까지는 퀄 테스트 통과를 거쳐 내년에는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협력은 정부에서도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AI 경쟁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과 상호 보완성을 재확인했다"며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데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HBM 외에도 미국의 저사양 AI 칩 중국 수출 재개에 따른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인 SK하이닉스는 물론 앞으로 협력이 강화될 마이크론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주 고객인 SK하이닉스는 물론 새로 진입한 마이크론과 HBM 공급 경쟁을 펼쳐야 한다"면서 "(스킨십도 중요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품질로 고객사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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