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인 내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흔적을 지우는 데 집중됐다. 대폭 축소된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했으며, '건전 재정' 기조에서 '확대 재정' 기조로 공식 전환했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국민 주권 정부'를 반영해 혁신경제·균형성장·기본이 튼튼한 사회, '3축'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당정 협의회'를 열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예산안에는 국민 주권 정부의 국정 철학을 담아야 한다"며 "핵심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후 1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재정 기조로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지난 8월 22일 경제성장률을 2025년 0.9%로, 내년 1.8%로 전망한 바 있다. 취업자 수 증가가 올해 17만명인데 내년 11만명에 그칠 걸로 전망해서 경제성장률이 일정 부분 회복된다고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이 될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인 내년도 예산안 협의에서 '확장 재정'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소영 예산결산 정책조정위원장은 "성장에 대한 재정의 역할을 통해 성장에 의한 안정적 세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기조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폭 축소된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기로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을 줄였던 과오(過誤)를 바로잡고 미래를 위해 적극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인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 GPU 구매를 확대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담긴 'ABCDE'(AI·바이오·문화콘텐츠·방산·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도 공언했다. 이를 위해 '국민 성장 펀드'를 신규 조성해 미래전략 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하는 등 기후위기에 대응한 투자도 적극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경제 취약계층을 겨냥한 예산도 발표했다. 자영업의 매출 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적극 반영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또 저소득 청년의 월세 지원을 상시화하는 한편, 아동 수당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인구 감소 지역에는 수당을 추가 지원하는 등 아동 양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재차 강조한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 사고 반복을 막기 위한 예산도 확충됐다. 건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마트 안전 장비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대형 유류 화재 대응을 위한 장비를 확충한다. 이밖에도 보훈 급여를 확대하고 참전 유공자의 배우자에 대한 예우 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지방을 성장 거점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지방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포괄 보조 확대 등도 포함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성과 중심으로 줄일 것은 줄이거나 없애고, 해야 할 것은 과감히 집중 투자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는 데 집중 됐다"며 "재정이 마중물이 돼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초혁신 선도 경제 대전환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동력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내용은 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이 의결된 이후 세부 금액이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부총리는 "정부안이 확정되는 국무회의 직후 예산안 내용을 국민들과 국회에 자세히 설명드리고 국회 심의에도 적극 협조해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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