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하반기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일부 퇴직연금 상품의 보호 한도가 두 배로 확대되는 동시에, 정부가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은행들은 퇴직연금 약관 문구를 잇따라 수정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에 맞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도 최대 1억원까지 보호받게 된 데 따른 조치다.
예금자보호법은 펀드 등 지급액이 운용 실적에 연동되는 상품은 보호하지 않지만, 사회보장적 성격을 감안해 일반 예금과는 별도로 퇴직연금·연금저축 등에 대해서는 1억원까지 보호한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은행들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은행 고객의 특성상 적립금을 한도인 1억원까지 쌓으려는 수요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저원가성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이자이익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산해 계산되는 만큼 현재 최대한도(5000만원) 기준으로 대부분 고객은 10% 수준의 이자분을 제외한 4500만원을 퇴직연금 계좌에 넣는다. 한도가 상향되면 이 금액은 두 배인 90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검토 중인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의무화 역시 은행 등 금융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개선된 퇴직연금 제도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현재는 사업장 규모별로 △300인 이상 △100~299인 △30~99인 △5~29인 △5인 미만 등 다섯 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90%를 웃돌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3%에 불과해 금융사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의무화 방침을 확정한 만큼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퇴직연금 운용을 맡게 되면 대규모 적립금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의 큰 장이 열린 만큼 앞으로의 제도 변화는 은행권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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