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턴 지 한 달도 채 안돼 테슬라와 애플 수주를 이끌어냈다. 경영에 집중하게 된 이 회장 리더십이 반도체 사업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애플에 공습할 차세대 칩을 미국 텍사스수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슬라에 한화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으나 이번에 애플로부터 수주한 제품은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될 CMOS 이미지센서(CIS)로 추정된다.
애플은 그동안 소니로부터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사실상 독점 공급받아왔지만 멀티벤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생산이라는 특수성도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해 이점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ISOCELL)'은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제조를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광폭행보가 부진에 빠졌던 삼성 반도체의 본격적인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글로벌 네트워킹을 가동했다.
우선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Allen & Co. Sun Valley Conference)'에 참석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억만장자들의 사교장'으로 불리며 세계 주요 기업의 M&A, 기술 협력이 논의되는 비공식 경제 외교 무대다.
당시 행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밥 아이거 디즈니 CEO·팀 쿡 애플 CEO 등 전 세계 주요 기업과 미디어 등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다시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을 지원사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현재도 미국에 머무르며 주요 기업인과 미팅하며 거래처 확보 및 관세협상 이슈 대응 등의 현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는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지난 2019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의 가시적 성과와 목표 달성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은 당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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