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신질서] 한미 오랜 라이벌 기업도 동맹관계로

  • 삼성전자-애플, 현대차-GM 사업동맹 현실화

  • 트럼프 관세·리쇼어링에 민간 기업 차원 해법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백악관에서 열린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에서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장벽과 리쇼어링(생산시설 복귀) 정책으로 인해 한국-미국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애플, 현대차-제너럴모터스(GM) 등 모바일과 자동차 시장을 놓고 오랜 기간 경쟁했던 양국 기업 간 사업 동맹이 속속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끝나고 트럼프 체제가 시작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백악관에서 개최한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과 함께 애플의 미국 내 공급망 역할을 하는 '애플 미국제조프로그램(AMP)'에 함께하게 됐다.

애플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 반도체 공장(파운드리)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함으로써 이 시설은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구체적인 협력 사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애플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팹)에서 아이폰18용 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를 양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 더는 삼성전자 팹을 이용하지 않았던 애플이 10년여 만에 DS(반도체)부문 고객사로 복귀한 것이다. 

모바일 시장 1·2위를 놓고 경쟁 중인 두 회사가 협력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내 생산을 독촉하는 트럼프의 구상이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약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미국 바깥에서 만든 반도체를 쓰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2대 완성차 업체 GM과 차세대 차량 개발을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 간 이번 협력은 글로벌 연합전선을 구축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격에 맞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대차와 GM은 단순 자동차 공동 개발을 넘어 원자재, 부품, 물류 등 공급망 체인 전반에 걸쳐 공동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협업에 대해 "두 회사 간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사는 북미와 남미에서 소재와 운송, 물류에 관한 공동 소싱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다. 원자재, 부품, 복합 시스템 등 영역에서도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또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 규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탄소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는 "GM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세그먼트 영역과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나은 가치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력으로 북미와 남미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아름다운 디자인, 고품질, 안전 지향 차량과 만족할 만한 기술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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