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연금 관련 세 부담을 낮춘 가운데 보험업계는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일부 연금 상품은 세후 수익률 개선으로 판매 확대 기대감이 있지만 자본규제에 따른 공급 제약과 퇴직연금 시장 내 낮은 존재감 등으로 실질적인 수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을 따르면 연금 관련 세제 혜택이 강화됐다.
먼저 종신연금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4%에서 3%로 낮아진다. 이는 연금을 수령할 때 매달 자동으로 공제되는 세금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받을수록 실질 수령액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또한 퇴직소득을 20년 이상 연금으로 받으면 소득세 감면율도 40%에서 50%로 확대돼 세제상 유인이 더욱 커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연금계좌를 통한 해외 간접투자 소득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새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을 담은 변액연금 등 상품의 세후 수익률도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일단 보험사들은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즉시연금, 연금저축보험, 변액연금보험 등 자사 장기 연금상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세후 수익률 마케팅'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세금 부담이 줄어든 만큼 연금상품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퇴직연금 시장 내 보험업계 입지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45조6426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3%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증권사와 은행이었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81조7605억원으로 오히려 0.1% 감소했다. 손해보험사도 15조7084억원으로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제 개편으로 연금 시장 자체는 커질 수 있지만 퇴직연금 주도권을 놓친 보험사로서는 실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결국 보험사들이 연금 관련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세제 개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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