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장 대부분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아직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직원들에게 휴식을 독려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대출 관리와 영업 전략 수립에 휴가 시간을 할애하는 행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장은 7월 말~8월 초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늦어도 8월 중순까지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은행장도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최근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아 일정을 잡지 못했고,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집중 호우로 어려움에 빠진 농촌 복구를 지원하느라 휴가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은행장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건 직원들에게 휴식을 독려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통상 최고경영자(CEO) 일정에 따라 임원 등이 휴가 일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장들은 여름휴가철에 읽을 만한 도서를 임직원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주요 키워드는 시니어, 인공지능(AI), 정직 등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에이지 테크’,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듀얼 브레인’,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초역 삼국지’,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소비의 역사’,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정직한 조직’을 추천 도서로 꼽았다.
다만 휴가를 떠난 행장들이 온전히 휴식만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금융당국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상반기 최대 실적과 달리 향후 은행의 대내외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예측도 마음 편히 여름휴가를 즐길 수 없는 요인이다. 그간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이자이익을 늘려왔는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놀이' 대신 생산적인 기업금융을 강화하라고 지적하며 하반기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아졌다.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맞춰야 하는 건 물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기업대출 부문에서 수익을 낼 영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장들이 휴가에서 복귀한 8월 중순 이후부터는 업무에 더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에 금융감독체계 등 정부조직 개편을 논하는 국정위 운영 기간이 8월 14일까지이기 때문에 당국 조직 안정화, 신임 금감원장 선임 등으로 은행도 하반기에 같이 업무가 바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 검사 휴지기를 보낸 금감원은 8월 9일부로 업무를 재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들은 현안이 많아 휴가를 길게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통 휴가 기간에도 하반기 경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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