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평화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러시아에 설정한 고강도 관세 제재 유예 시한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합의에 진전이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2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나는 푸틴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그 문제를 여러 번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푸틴은 갑자기 키이우 같은 도시로 로켓을 발사하고 요양원 등에서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는 매우 실망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지켜봐야 하며, 나는 그(푸틴)에게 준 50일을 더 적은 수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게 부여한 관세 유예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정상회담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대러 관세 제재 유예 시한이 "오늘부터 10일 또는 12일 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0일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나는 관대하고 싶지만, 우리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관세 제재가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을 하는 국가에 적용되는 '2차 관세'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교역이 크게 늘어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만나 50일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 및 그 교역국에도 100% 수준의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러시아와 최후통첩의 게임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각각의 최후통첩은 전쟁을 향한 위협이자 발걸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그의 나라(미국)와의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위해 힘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적기"라며 "생명을 구하고 끔찍한 전쟁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지난 2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세 번째 고위급 평화협상을 열었지만, 포로 교환 등 일부 사안에서만 합의했을 뿐 휴전이나 종전에 대한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러시아는 최근 1000㎞ 이상에 이르는 전선에서 공세를 확대하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야간 공습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50일이라는 초기 유예 기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단축한 결정은 그에 대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러시아 에너지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 인도, 유럽연합과의 복잡한 무역 협상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에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며 10~20% 수준의 낮은 관세율에서 점진적으로 시작하는 방식은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크렘린궁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9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미국 대통령도 같은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결국 결정한다면 이론적으로 두 국가 정상이 같은 도시에 있는 한 그런 (정상) 회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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