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한국항공우주, '2강·1중' 구도 속 후임 인선 난항

  • 방산 슈퍼사이클 분위기 속 나홀로 역성장

  • 일부 후보는 노조 거센 반대 직면

  • 기업 출신 전문경영인 발탁 가능성도 '솔솔'

사진한국항공우주
[사진=한국항공우주]

방산 '빅사이클'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5대 방산 기업 기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역성장한 한국항공우주(이하 KAI·카이)가 강구영 사장의 후임 인선 작업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기업 경쟁력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을 피함과 동시에 최대 주주가 수출입은행(26.41%)인 만큼 새 정부와도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거론되는 후보들이 모두 정치권과 연이 깊은 데다 일부는 내부의 신뢰를 잃은 터라 당장은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카이의 차기 사장은 현재로선 '2강 1중' 판세로 읽힌다. 복수의 후보군 가운데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문승욱 전 산업부 장관이 '2강'으로, 류광수 전 카이 부사장이 '1중'으로 지목된다. 카이는 지난 2일부터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채 대표는 후속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만 대표이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한다.
 
2강 중 강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일 당시 캠프에서 국방안보자문위원단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당시부터 근무해 2021년 방위사업청 최초로 내부 승진을 통해 제11대 방위사업청 청장으로 취임했다. 방사청장 재임 당시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대 '천궁-Ⅱ' 계약을 수출시킨 경험이 있고, 방위 산업 전문성과 행정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문 전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 당시 'K-방산'을 한 단계 레벨업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 시절 조선·자동차·반도체·우주항공 등 전통 제조업의 회복과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앞장섰고, 한미 정상회담 당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공급망 협력을 주도한 경험이 있어 카이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리더십 공백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이 많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도 경제부지사로 일해 방산 벨트인 경남의 산업적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행정가로 꼽힌다. 
 
1중인 류 전 부사장은 카이의 주력 수출품인 한국형 전투기 KF-21를 개발한 인물로, 고정익 항공기 개발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부사장 겸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력 후보군 가운데 2강은 행정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 수월하고, 1중은 카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게 강점"이라면서 "한 해 연봉만 8억원에 달하고, 수출 때마다 외교적으로도 최고의 예우를 받는 자리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현재 강 전 청장과 류 전 부사장은 노조의 반대에 직면했다. 강 전 청장은 재임 시절 다수의 부적절한 행위로 고발된 전력이, 류 전 부사장은 퇴임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하면서 카이의 핵심 기술 인력을 빼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가장 우려스러운 인물은 류 전 부사장으로, 그는 경쟁사로 이직하자마자 회사의 핵심 인력 유출 통로 역할을 해왔다"면서 "부적절한 인물이 다시 사장으로 복귀한다면 카이는 외부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전 청장에 대해서도 "과거 신뢰를 잃은 퇴직 임원들과 조직적인 복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면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노조가 사장 인선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방산 빅 5사 가운데 카이만 유일하게 실적이 후퇴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이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6337억원, 2407억원으로 2023년 대비 각각 5%, 3%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5% 줄어든 6992억원, 같은기간 영업이익 역시 3% 줄어 468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경쟁사들의 실적이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분위기와 대조된다.

때문에 신임 사장은 카이의 기술 경쟁력을 되찾고, 외형을 확장할 민간 기업인 출신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관료나 군 출신이 아닌 아예 새로운 민간 기업 출신의 전문 CEO를 파격 발탁하는 '플랜B'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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