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머니게임①] '한국판 스트래터지?'…비트맥스, 실체 없는 코인테마주의 질주

  • 비트코인 대량 매입 기업가치 연계

  • CB로 자금조달…회사가 이자부담

  • 코인 소유자·CB투자자만 큰 이익

  • 회사는 적자·급등락 개미들 손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적자기업이다. 2019년부터 7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 77억원, 영업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가는 올 들어 한때 5배 넘게 뛰었다. 마법 같은 일이다. 

주가급등 비결은 '비트코인'이다.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은 '맥스트'. AR·VR 기반 IT 기업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김병진 플레이크 회장이 주도하는 메타플랫폼투자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사명을 비트맥스로 바꿨다. 주요 사업도 미국 IT기업 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재무전략'으로 정했다. 한마디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비트코인의 가치상승에 기업 가치를 연동시키는 전략이다.

그런데 시장에선 비트맥스의 사업구조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비트코인 보유 외에는 실체가 없는 사업구조, 실소유주와의 묘한 거래, 그리고 전환사채(CB)를 통한 자금조달 등이다. 비트맥스는 '한국판 스트래티지'일까, 아니면 위험한 '머니게임'을 부추기는 기업일까.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비트맥스는 지난 2월 경영권 매각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1월 말 1268원이던 주가는 6월 26일 7420원까지 5배 가까이 올랐다. 이 회사 주가는 '자산양수도' 공시, 즉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들일 때마다 꿈틀댔다.

비트맥스가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상대방은 늘 회사의 실소유주인 '김병진 회장'이다. 김병진 회장이 먼저 개인 명의로 코인을 매수한 뒤, 이를 비트맥스에 되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비트맥스는 김병진 회장으로부터 3월부터 7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가상자산을 양도받았다. 이 기간 비트맥스가 사들인 비트코인은 총 349.1932개, 이더리움은 500개다. 두 자산의 합계 양수가액은 757억3744만원에 달한다.

이런 구조는 불법은 아니다. 현행 제도상 '법인'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직접 코인을 매입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 일종의 '편법'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선 큰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급락할 경우가 문제다. 수익은 실소유주(김병진 회장)가 챙기고, 코인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회사가 떠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코인 양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식에 있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CB(전환사채)를 통해 코인 매입대금을 마련해왔다. 올해 2월 2회차(250억원), 3월 3회차(150억원), 6월 4회차(250억원) 등 총 3건의 CB를 잇따라 발행했다. 이들 CB는 모두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 측과 관련된 투자조합이 인수했다.

2회차 CB는 스마트프라임밸류투자조합이 인수했는데, 이 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원 회장의 아들 원성준씨가 실소유한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이다. 3회차와 4회차 CB는 라르고스브릭2호 투자조합이 인수했으며, 현재 4회차 CB는 그린루미너스1호 투자조합으로 양도된 상태다. 라르고스브릭2호 투자조합은 오션인더블유, 유에스씨(USC), 아름드리코퍼레이션, 원성준씨 등이 공동 출자해 만든 곳이다. 쉽게 말해, 원영식 회장 측이 CB를 사들여 비트맥스에 자금을 넣어주면, 비트맥스는 이 돈으로 김병진 회장 보유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실소유자와 CB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김병진 회장은 코인 양도대금을 현금으로 챙기고, 비트맥스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예상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원영식 등 CB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막대한 투자수익을 누릴 수 있다. 반면 회사는 대규모 CB 발행으로 인한 막대한 이자비용을 떠안게 된다. 이와 관련, 비트맥스는 최근 정관변경을 통해 CB 발행한도를 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6월말 연 고점을 찍은 비트맥스 주가는 이후 출렁임이 잦다. 지난 18일 주가는 5000원으로 연 고점(7420원) 대비 32%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사상 최고가를 찍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변수들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특히 CB 관련 흐름에 일희일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4일 나온 4회차 CB 양수도 계약 해지 공시가 대표적이다. CB 투자자 중 일부가 다른 투자자로 대체된다는 내용에 다음날 비트맥스 주가는 13% 넘게 빠졌다. 지난 14일에도 5회차 CB 발행 규모가 기존 5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축소된다는 공시에 주가가 출렁였다. 

비트맥스의 사업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처럼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당장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손실 부담은 비트맥스와 5만1500여 명의 '개미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법적인 위반 사항은 없지만, 구조적으로 봤을 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들여다볼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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