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창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무열 동국대 약학과 교수
이무열 동국대 약학과 교수

해마다 이맘때면 받는 질문이 있다. 뿌연 날에도 창을 열고 환기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워 대개는 지나치듯 무심히 답한다. 공기질이 아주 나빠 보이면 창을 열지 마시라. 물론 에어코리아의 실시간 대기 정보와 국민 행동 요령을 참고하시라 덧붙이기는 한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의 질에 관심이 커졌다.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의 발암성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는 주말 나들이를 위해 대기질 예보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공기질이 나쁘다 싶으면 마스크를 챙기기도 한다. 미디어에서도 대기오염 수준을 날씨처럼 다루고 있다. 그에 반해 실내 공기질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보인다. 하루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면서도 말이다. 이 점은 근년에 네이처지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밖은 더럽고 집안은 깨끗하다고 여기기 때문인지, 뿌연 하늘은 눈에 띄지만 실내의 포름알데하이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기질 관리는 국가의 책임인데 실내 공기질 관리는 개인의 몫이라 여기기 때문인지.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실내 공기오염에 기인한 사망자 수는 세계적으로 320만명에 달했다. 2019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 420만명의 4분의 3이 넘는 수치다.

대기오염물질과 실내 공기 오염물질은 동일하지 않다. 대기오염물질로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와 같은 입자상 물질, 오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중요하다. 실내 공기 오염물질로는 입자상 물질 이외에도 포름알데하이드나 벤젠, 에틸벤젠, 톨루엔, 자일렌, 스타이렌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일산화탄소, 라돈, 부유미생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대기질은 실내 공기질에 영향을 미치며 실내 공기 오염물질이 대기질을 나쁘게 하기도 한다. 당연히 미세먼지 수준이 매우 높을 때 창을 열면 실내 공기질도 나빠진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실내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을 조리하거나 청소기를 사용하면 미세먼지 수준이 황사경보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초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이 발생한다. 어이없지만, 그래서 고등어구이가 공적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이없지 않은 것이, 네이처지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요리를 많이 하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실내 공기질이 특히 나쁘다고 한다. 건축자재나 가구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가 배어 나온다. 카펫과 침대를 사용하거나 이불을 털면 먼지뿐 아니라 부유곰팡이나 부유세균도 날아다닌다. 많은 이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프린터나 복사기도 초미세먼지, 오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발생시킨다. 이런 실내 공기 오염물질들은 허혈심장질환,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등에 의한 사망을 유발한다. 아주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뇌 신경계에도 문제를 일으켜 치매, 우울증, 인지기능 장애,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두루뭉술하지만, 질문에 대한 더 나은 답은 이렇다. 상황에 따라 실내 공기의 질은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때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으며, 이럴 때는 당연히 대기질이 나쁜 날에도 환기해야 한다. 환경부의 매뉴얼은 실내 금연, 청소를 통한 청결 유지, 청소기나 난방기, 프린터 등의 사용 후 환기, 친환경 제품의 사용 등을 권한다. 염두에 두고 실천하면 좋을 사항들이다.

납으로 만든 식기나 수로관으로 인해 과거 로마 상류층이 쇠퇴했다거나, 대기나 식품, 의약품을 통한 수은 노출이 미국 아이들의 지능을 떨어뜨린다는 가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감이 문제라면 그 일부는 환기 없이 하는 조리나 침대와 카펫 생활, 새로 산 가구, 청소기나 프린터 사용 등에 기인한다고 하면 터무니없는 낭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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