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반년 가까이 지속된 국내 정치적 소용돌이에 기업들이 지갑을 닫고 잔뜩 웅크렸다. 이미 한국 경제의 성장 부진은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 가장 심각한 수준인 만큼 내수의 한 축인 투자를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246%로 지금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 나라 가운데 최저였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0.57%)은 4위였고 경제 덩치가 우리보다 큰 캐나다(0.4%), 이탈리아(0.26%) 등도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1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장기 침체 원인으로는 ‘약한 내수’가 거론된다. 한은은 1분기 역성장을 발표하면서 내수 치명상이 뼈아프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만큼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긴 부진이다.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유동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도 투자 계획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기업의 투자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대내외로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미 계획된 투자도 취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