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 지금] 기여형·시장형 등 선호 따라 골라 하는 노인일자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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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교 기자
입력 2024-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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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세 이상 짧은 시간 일 원하면 '공익형'

  • 어린이·장애인 등 도움…'사회서비스형'

  • 식당·꽈배기 판매 수익 나누는 '시장형'

청춘스타인형극단 어르신들이 어린이집 등에서 손 인형을 통해 가족애 등을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중구
청춘스타인형극단 어르신들이 어린이집 등에서 손 인형을 통해 가족애 등을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중구]


서울 25개 자치구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특히 양적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아닌 노인의 진정한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수익을 보장할 이색 일자리들이 눈길을 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일자리는 개인의 일자리 욕구뿐만 아니라 인력 활용 차원에서도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 등 저임금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벌이 30만원 수준의 ‘공익형’ 일자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자치구는 사회서비스형이나 시장형 일자리 등 노인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발굴을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고학력 등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베이비붐 세대, 소위 신중년이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공익형 일자리는 공원 청소, 시설물 청소 및 관리, 교통정리, 불법 카메라 점검 등 공공에 필요하지만 단순한 업무들로 구성돼 있다. 공공형 일자리는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대상이다. 월 30시간 일하고 벌이는 29만원 정도다.  


청소 등에 한정돼 있던 공익형 일자리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당수의 지자체들은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한 ‘커피박’을 만드는 공익형 일자리를 벌인다. 커피 찌꺼기를 얻어다가 탈취제를 만들어 취약계층 등에 나눠주는 식이다.

사회서비스형은 공익형보다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벌이를 보장한다. 또 다문화 가정에 한글을 교육하거나 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를 하는 등 자신의 과거 경험을 살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밖에 아이들을 위해 급식 보조를 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일들이 사회서비스형으로 구분된다.

중구는 올해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을 개소하면서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중구는 이 스마트팜 관리를 어르신들이 맡도록 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만들었다. 또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식물 체험을 설명하고 테라리움 교실도 운영한다. 또 다른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인 ‘청춘스타인형극단’도 있다. 어르신 20여명이 어린이집 등에서 손 인형을 통해 가족애 등을 주제로 공연을 펼친다.

영등포구는 건강하고 활동 능력이 있는 어르신이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가호호 기억친구’를 통해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상호 돌봄 체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집집마다 친구가 방문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가가호호 기억친구는 어르신일자리 참여자가 주 1회 치매 어르신 가정에 방문해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과 신체활동을 돕는 사업이다.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말벗도 되고 네일아트, 원예치료 등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덜어 준다.

용산구는 전문지식을 갖춘 노인 세대로 구성된 ‘용산 시니어 강사단’을 지난달 출범했다. 시니어 강사단은 본래 나이를 제한하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의 강의를 제공하는 '서로서로학교'에서 파생됐다. 수십 년간 어르신들의 값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노인 일자리 특화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 소댕 사진은평구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 소댕. [사진=서울 은평구]


편의점, 카페, 식당 등에서 수익이 나는 만큼 이익을 나누는 시장형 일자리도 있다.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의 경우에는 수익금에서 일한 만큼 급여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의 경우 보조금을 주로 활용한다. 공익형과 사회서비스형보다는 업무 강도가 높지만 시장형을 선호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은평구는 솥뚜껑이라는 순우리말을 딴 ‘은평 소댕’ 식당을 운영한다. 만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정육식당이다. 한식 조리 자격증을 가진 어르신들이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한 식사를 만들어 판매한다. 은평 소댕은 노인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점심 식사 할인을 지원하고, 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18세 미만 아이들이 수육정식과 제육볶음을 주문하면 음식의 양을 두 배로 제공한다.

은평구에는 노인 일자리 시장형 사업 중 하나인 ‘꽈배기나라’도 있다. 기계로 만든 제품이 아닌 수제 꽈배기를 파는데, 순수 재료 이외에 첨가물이 없이 안전한 먹거리를 지향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에게도 꽈배기를 판매하고 은평구 관내 어린이집, 유치원 등 100개소에 빵을 납품하기도 한다.

이윤선 은평구 시니어클럽팀장은 “신중년을 대상으로 사회기여형이 몇 년 전 생기는 등 노인 일자리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만 시장형으로 운영하는 밥집, 빵집 등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인 생산품에 대한 색안경이 있다면 조금 걷어내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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